위장 중소기업을 둘러싼 법정 분쟁이 7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대기업 등으로부터 임대료 등을 지원받아 관급시장에 편법으로 참여한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행정 조치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하거나 실질 지배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관급시장 물량을 따내던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행복레미콘 등 10개 위장 중소기업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조달청을 대상으로 제기한 '경쟁입찰참여 자격제한 처분 등 취소' 사건에 대해 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2014년 당시 중소기업청의 참여제한 결정으로 행정소송이 불거진 이후 2015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소원 결정 등 수년간에 이르는 법정 분쟁 끝에 약 7년 만에 최종 결론이 나온 셈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20일 “수년간의 행정소송 끝에 최근 원고 측으로부터 재상고 포기 의사를 전달받았다”면서 “법원의 최종 심급까지 모두 완료된 만큼 행복레미콘 등 위장 중소기업 대상으로 관급 시장 입찰 참여 제한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장 중소기업을 둘러싼 논란은 2013년부터 불거졌다. 당시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대대적인 실태 조사에 나선 결과 총 36개 위장 중소기업이 처음 적발됐다. 2017년까지 5년 동안 총 98개 기업이 공공조달 시장에 약 1292억원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까지도 위장 중소기업이 관급 시장에 납품을 이어 온 까닭은 법률 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아 정부 차원의 행정 조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행정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탓에 위장 중소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단순 실수로 인한 것'이라는 핑계 등으로 제재를 피해 가곤 했다. 실제 중기부와 수년간 소송을 이어 온 10개 레미콘 회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여전히 관급시장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다른 업종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했다. 업계는 레미콘 업종뿐만 아니라 가구, 소프트웨어(SW),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 공공조달 시장 주요 업종에서도 편법 중소기업이 정부 입찰에 참여해 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장 중소기업 논란이 처음 불거지던 2013~2014년 당시 가구나 SW 업종의 위장 중소기업이 폐업했지만 처벌이 이뤄지지 않던 기간에 더욱 교묘하게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했다”면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해 위장 중소기업을 만든 대·중견기업까지도 처벌해야만 위장 중소기업 설립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부와 조달청에서는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내려진 만큼 현재까지 적발된 위장 중소기업에 대한 입찰참여제한 등 행정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위장 중소기업 실태 조사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중기부는 매년 실태 조사를 실시해 왔지만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과거처럼 적발 결과를 공표하는데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여 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https://www.etnews.com/202001200002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