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하역요율 협상을 위해 신선대 터미널을 방문했던 세계적 선사 관계자가 공교롭게도 지난주, 재협상을 위해 신선대 터미널을 다시 방문하였다. 이들은 불과 3개월만에 다시 일어난 운송거부사태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고, 터미널 관계자가 이를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부산항은 천혜의 자연조건, 주요 간선항로상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그리고 경쟁항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하역요율 등의 강점을 내세워 지난 3년간 홍콩 싱가포르 다음 가는 세계 제3위 컨테이너항만으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왔으며 올해 말에는 컨테이너처리 1천만개 돌파라는 쾌거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화물연대 사태 이후 물동량 증가세가 주춤하더니 지난 7월에는 경쟁항인 중국 상하이(上海)항뿐 아니라 선전(深圳)항에도 뒤진 것으로 나타나 부산항이 동북아 중심 항만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높아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부산항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3개월만에 다시 발생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사태는 이러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어 버렸다.
이번 운송거부사태는 지난 5월의 사태와는 달리 다분히 화물연대 지도부의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컨테이너 부문은 운송요율을 약 13% 인상하기로 잠정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타결이 어려운 BCT(Bulk Cement Trailer) 분야와의 일괄타결을 고집하면서 사태가 장기화되었고, 화물연대를 노조로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내세움으로써 협상타결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었던 것이다.
화물연대 운송거부가 있던 기간동안 부산항의 고객인 국내·외 선사와 화주들은 사태의 추이를 어느 때 보다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부산항이 계속하여 불씨를 간직한 채‘불안한 항만’으로 남을 것인지, 두 번의 운송거부사태를 계기로‘안전한 항만’으로 탈바꿈할 것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선사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게 기항지를 옮기지 않으며, 한 번 기항지를 옮긴 후에는 다시 되돌아오는 일도 거의 없다. 이는 95년 지진사태로 세계 5위항이던 일본 고베가 세계 27위 항만으로 추락한 후 아직 그 위상을 회복하지 못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앞으로 정부관계 부처에서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사태를 촉발하게 한 지입제도 등의 전근대적 물류체계를 하루빨리 정비하고 물류과정을 투명화하여 성실히 근무하는 대다수의 운송기사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물류산업 현대화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운송거부사태로 부산항은 또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일 수가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부산항과 관련한 제반 물류체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치유하고 세계 일류의 선진물류체계를 갖춘 항만으로 전환시키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재균 부산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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