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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키조개
기관
등록 2004/04/14 (수)
내용

시골에서 자란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이라면 어렸을 적에 오줌을 싸서 키(箕)를 둘러쓰고 남의 집에 소금을 얻으러 가는 풍경이 기억날 것이다. 키조개는 농가에서 곡식을 까불어 돌이나 쭉정이 같은 것을 골라내는 도구인 키(箕-챙이)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키조개는 연근해의 수심 20~50m의 사니질(沙泥質)에서 서식하며, 남해안의 진해만, 득량만, 여자만 등의 내만(內灣)과, 서해안의 보령 연안과 전북 고군산군도 인근 도서해역이 주산지이다.



키조개는 길이 20~30㎝ 정도의 대형 패류로 패각근(貝殼筋)을 횟감으로 이용하고 있는 고급 패류이다. 비교적 고가에 판매되며 대부분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키조개의 패각근은 조개관자(貫子), 패주(貝柱), 개패근, 육주(肉柱) 등의 여러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며, 우리말보다도‘패주’의 일본말인‘가이바시라(貝柱)’로 알고있는 사람이 더 많다.



키조개는 6월 하순부터 8월 상순 사이에 산란을 하는데, 이 시기의 성숙한 난소는 적갈색(담홍색)을 띠고 정소는 연한 황백색(유백색)을 띤다. 따라서 산란기인 7, 8월은 키조개 자원보호를 위해 조업을 금지하고 있다.



키조개는 늦은 봄인 5~6월에 잠수기 어업으로 채취하는데, 일명‘모구리(머구리)’로 불리는 잠수부는 개펄 속에 묻혀 끝이 보일 듯 말 듯 한 키조개를 기막히게 갈고리로‘딱딱’찍어 올린다. 해마다 봄철에서 여름철로 넘어올 때면 서해안에 식인상어가 돌출하여 키조개를 캐는 잠수부들을 괴롭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식인상어는 영화‘조스(jaws)’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백상어이다.



상어는 먹이가 1㎞ 이상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제일 먼저 청각으로 감을 잡고, 수 백미터 밖의 것은 냄새로 확인하는데, 잠수부가 바다 속에서 키조개를 캘 때 나는 둔탁한 소리나 비린내는 상어를 유혹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키조개를‘키홍합’이라 소개하고‘큰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고 모양이 키(箕)와 같아서 평평하고 넓으며 두껍지 않다. 실과 같은 세로 무늬가 있다. 빛깔은 붉고 털이 있다. 돌에 붙어 있으나 곧잘 떨어져 헤엄쳐 간다. 맛이 달고 산뜻하다’고 하였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키조개를 강정 식품으로 애용해 왔는데, 키조개의 이러한 효능이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키조개 패주는 아연이 1백g당 12.8㎎이나 함유되어 있는 아연의 보고(寶庫)이다.



아연은 갑상선 호르몬과 인슐린, 성호르몬 등 각종 호르몬들의 작용을 도와주는 필수미량원소로서 우리 몸에 부족하면 미각기능과 성장발육에도 이상이 생길 뿐만 아니라 전립선 장애, 성기능 저하, 피부장애 등 여러 가지 악영향이 나타난다. 따라서 아연은 섹스미네랄, 미각미네랄, 성장미네랄, 당뇨미네랄 등의 별명으로도 불리는데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양은 10~12㎎이다.



또한 키조개 패주는 단백질(1백g당 18.2g)과 타우린이(1백g당 994mg)이 풍부하고 피를 깨끗하게 하는 정혈작용(淨血作用)이 있어 임산부의 산후 조리나 피로 회복에 좋으며 술에 혹사당한 간장을 보호하는데도 유용한 수산식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