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성립 무산으로 3차례 유찰…국내 발전소 설계 한전기술의 독과점으로 굳어지나
한국남부발전이 발주한 영남LNG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설계기술 용역이 3차례 유찰 끝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한국전력기술의 품으로 돌아갔다.
한전기술의 수의계약 사례가 늘어나면서 발전소 설계용역에 대한 경쟁시장이 깨지는 게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최근 영남LNG 발전소 설계기술 용역과 관련해 한전기술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수의시담을 거쳐 체결한 금액은 설계가격(161억2545만원) 대비 92%인 149억6400만원이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지난 5월7일 최초 공고한 이후 2차례 더 재공고를 냈지만 입찰 때마다 한전기술만 단독응찰해 유찰됐다”면서, “전체 사업 추진 일정상 더이상 늦출 수 없어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술기준으로 보면 공기업인 한전기술을 포함해 민간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등 총 4개사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사들은 3차례 입찰을 진행하는 동안 단 한번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업규모가 큰 해외 EPC(설계ㆍ구매ㆍ사공)에 더 큰 매력을 느끼고 전력투구하는 대신 국내 설계용역시장에서는 철수하는 분위기다.
남부발전은 지난달 진행된 3번째 입찰에서 공동이행방식으로까지 기준을 낮추면서 경쟁입찰을 유도했지만 컨소시엄은 꾸려지지 않았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일부 기술능력을 가진 업체가 있었지만 공동사 쪽에서 관련실적을 보유하는 것을 꺼려 불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찰에 의한 한전기술과의 수의계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서부발전의 평택복합 2단계, 남동발전의 영흥3ㆍ4호기도 한전기술이 단독 응찰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발전사 입장에서 수의계약은 경쟁입찰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수의계약에 들어가기까지 절차가 필요해 그만큼 사업기간이 늘어진다는 단점을 지닌다.
이에 따라 한전기술의 국내 설계용역시장의 독과점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한전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한전기술과의 수의계약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견제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각 발전사들은 공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발전자회사 간에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설계수준이 떨어뜨리지 않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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