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건축 기본원칙 담아


　서울시가 시대가 변해도 훼손되지 않을 지속가능한 서울 건축의 기본원칙을 담은 ‘서울건축선언’을 선포했다. 나아가 건축선언을 공공건축은 물론 건축심의를 통해 민간건축에도 반영해 실현에 나선다.

　서울의 모든 공공건축을 관리하는 총괄건축가 제도도 도입한다.

　서울시는 20일 서울건축선언을 마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선언문을 낭독해 선포했다. 이어 승효상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이 선언 정신을 구현할 세부 조문을 희망서울 건축의 10가지 약속으로 설명했다.

　1개 전문, 10개 조문으로 이뤄진 선언에는 서울의 역사, 생태, 민주적 정체성은 물론 세계 도시로서의 가치, 그동안 서울 건축에 대한 반성을 담았다고 시는 밝혔다.

　시는 조문을 통해 서울의 모든 건축이 개인의 소유물이지만 동시에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자산이라며, 유기적으로 연결돼 소통하고 접속하는 공공성과 공동성을 강조했다.

　또 방재와 안전, 자원의 재활용과 에너지절약, 개별 필지의 변형 자제, 역사유산의 보존 및 계승 등을 선언에 담았다.

　세계인 누구나 편리하게 거주할 수 있는 보편적 도시환경은 물론 창의력이 자유롭게 발휘되는 창조도시도 강조했다.

　시는 서울건축선언을 건축정책위원회 활동 강화, 건축심의 기준 반영, 공공건축가 운영 활성화 등을 통해 실현한다.

　공공건축에서는 서울의 건축 관련 정책을 자문, 심의하는 건축정책위원회 활동을 강화하고, 공공건축가의 적극적인 설계와 자문 참여를 추진한다.

　민간건축에 대해서는 건축선언 가운데 건축심의기준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을 9월까지 반영해 건축위원회 심의에 적용한다. 자치구 등 건축관계자에 대한 교육 및 홍보에도 나선다.

　시는 특히 민간건축은 시민들의 의식 변화와 적극적인 참여가 핵심인 만큼 ‘좋은 건축은 결국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의식을 확산시킬 방침이다. 홍보와 전파에 매진하고 건축학교 운영도 추진한다.

　턴키발주 금지, 공공건축 발주제도 개선,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 등 그동안 건축혁신방안을 연이어 내놓은 서울시는 이번에는 총괄건축가 제도를 선보였다.

　총괄건축가는 서울의 모든 공공건축물을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시는 제도 도입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7월 용역에 착수했다.

　한편, 이날 서울건축선언에 앞서 서울건축포럼 창립 행사가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서울건축포럼은 서울건축정책위원회, 공공건축가 등으로 구성된 건축 전문가 그룹이다. 서울시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건축정책 관련 연구와 개발, 정책제안 등은 물론 건축을 문화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의식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각종 세미나, 출판, 전시 등을 전개한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의 모든 건축은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자산이며 건축으로 이루어진 도시환경은 후손들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유산”이라며 “건축물 자체만으로도 도시와 시대 정신이 담기고 나아가 관광 상품이 되는 유럽의 도시건물들처럼 서울의 정체성이 담긴 건축을 만들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서울건축선언의 전문과 조문이다.

　<서울건축선언>

　건축은 우리의 안정되고 지속적인 삶을 이루게 하는 가장 중요하고 유효한 수단입니다. 그런 건축은 아름답고 품격 있는 도시를 꽃피우는 씨앗이며, 미래의 후손에게 전해야할 소중한 유산이 됩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은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역사도시이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생태도시입니다. 또한 천만 시민이 서로 존중받는 민주주의의 도시일 뿐 아니라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한 세계도시입니다.

　그러나 지난 날 서울의 건축은 성장의 명분과 개발의 프레임에 갇혀 서울의 빛나는 가치를 가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규모 개발과 급속한 건설로 많은 역사의 흔적들을 지웠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습니다. 양적 공급에 몰두한 결과 획일화된 아파트들은 우리 삶을 규격화하고 고유한 도시풍경마저 훼손하였습니다. 경제성과 효율에 대한 집착은 지역 공동체의 공공성을 약화시켰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에 대한 배려에 소홀했습니다.

　서울은 인구 성장의 정체, 가족 구성의 변화, 산업 구조의 재편, 외국인 거주자의 증가 등 새로운 시대적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초고속 스마트 환경의 시대, 복지와 생태가 중요한 화두가 된 이 시대는 건축과 도시의 패러다임을 개발에서 지속으로, 채움에서 비움으로, 닫힘에서 열림으로 바꾸기를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