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형입찰 이어 최저가 입찰에도
SH공사,올 4건 최저가 모두 번들링
공공건설시장에 둘 이상의 시설사업을 하나의 공사로 묶어 발주하는 ‘번들링’이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번들링 방식은 BTL(임대형민간투자)사업이나 일부 기술형입찰방식에 주로 적용돼 왔으나 최근에는 최저가 낙찰제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어, 건설업계의 분석과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SH공사는 올 들어 지난 8월말까지 총 4건의 최저가 낙찰제 대상 아파트 건설공사를 발주한 가운데, 4건 모두 번들링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첫 발주물량인 세곡2보금자리지구 아파트 건설공사는 6단지와 8단지 건설공사와 초등학교 건립공사를 1건으로 묶었고 이어 발주한 내곡 6단지 아파트 건설공사에도 언남초등학교 신축공사를 포함시켰다.
또 천왕지구 7단지 건설공사도 천왕여성안심주택과 등촌동 장기전세주택 건립공사를 하나로 묶어 공고했고, 지난달 말에도 상계동 보금자리주택 건설공사와 사당동 도시형생활주택 신축공사를 단일 건으로 입찰공고했다.
SH공사가 연초 마련한 올해 건설공사 발주계획을 보면, 세곡2지구 6, 8단지는 물론 언남초등학교 신축공사, 사당동 도시형생활주택 건립공사 등 모두 개별 발주가 계획된 물량들이다.
특히 발주방식을 보면, 당초 동촌동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나 사당동 도시형생활주택 등 아파트 건설공사를 제외하곤 추정가격 300억원 미만으로 적격심사 대상을 분류돼 있었으나, 번들링을 통해 모두 최저가 대상으로 편입됐다.
이렇게 번들링이 이뤄짐에 따라 건축공사에 이은 후속공사인 전기 및 정보통신공사도 종전 개별 공고가 아닌 1건으로 묶어 입찰이 집행되고 있다.
업계는 과거에도 공공발주자들은 필요에 따라 복수의 시설사업을 1건으로 묶어 발주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SH공사의 최근 행보는 특기할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05년부터 도입된 BTL사업 중 학교시설 등 건축공사는 거의 대부분의 공사가 번들링방식으로 추진됐고 기술제안입찰 방식의 주한미군기지이전(YRP:Yongsan Relocation Program) 등 군시설공사도 다수의 시설을 하나로 묶는 형태의 발주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주로 민간사업자나 입찰참가자가 사업계획서 또는 기술제안서 등을 제출하고 심사 및 평가를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기술형입찰방식에 적용됐다며, 최저가 낙찰제와 같이 확정된 설계안을 두고 투찰가로 경쟁하는 입찰에 대한 번들링 적용은 매우 드문 사례라는게 업계의 분석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부채비율 등 재정악화 논란에 있는 SH공사가 공사비 및 현장 관리비를 절감하고, 동시에 공사 및 입찰 집행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번들링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SH공사측은 이에 대해 설계 등 입찰공고 준비과정에서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 번들링 방식을 적용하게 됐다며, 그 중 하나가 현장관리의 용이성이라고 밝혔다.
또 공사비 및 현장관리비 절감 목적도 없지 않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발주에 앞서 타당성 심사를 거치기 때문에 종합적인 효용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발주가 예정된 물량에 대해서는 아직 번들링이 확정된 건은 없으며, 건별로 역시 심사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SH공사의 경우 앞으로도 동일한 형태의 번들링 발주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에 따른 입찰참가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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