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혼란 가중 지적 끊이지 않아
국내 신용평가사와 외국계 신용평가사가 같은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을 더욱 야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독자 신용등급제도(Stand-alone rating)’ 등 새로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는 국내 신평사(한국신용평가)와 외국계 신평사(무디스·스탠더드앤푸어스(S&P)) 간 신용등급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외국계 신평가가 매긴 국내 기업의 평균 신용등급은 BBB다. 하지만 국내 신평사의 평균 신용등급은 외국계 신용등급보다 7단계 이상 높은 AAA나 AA+다.
국내외 신평사가 평가를 하는 국내 기업은 총 22곳이다.
실제 국내 신평사는 올해 현대제철에 대해 셋째로 높은 등급인 ‘AA’로 평가했다. 그러나 무디스와 S&P는 이 기업에 각각 ‘Baa3’와 ‘BBB-’를 부여했다.
특히 무디스는 현대제철의 전망을 ‘부정적’이라 명시,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도 있음을 예고했다.
또 올해 들어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GS건설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이 건설사에 대해 S&P는 ‘BB+’로, 국내 3대 신평사는 여전히 ‘A+’로 등급을 책정해오고 있다.
이 같은 신용등급의 차이로 오히려 신평사의 평가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한 신평사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와 외국계 신평사의 신용등급 산출 과정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하지만 국내 신평사들은 신용평가를 의뢰하는 기업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기업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받은 체계는 외국계 신평사도 같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국내 신평사보다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 국내 신평사와 달리 기업의 눈치도 덜 본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용등급 큰 격차에서 오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에서는 ‘독자 신용등급제도’를 새로운 대안으로 꼽고 있다.
독자 신용등급제도는 정부나 모기업 지원 등을 제외하고 기업 자체의 재무상태만 평가해 공개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계열사 지원 등을 배제해 부풀리지 않고 공정한 등급을 매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 금융당국도 지난해 3월 독자 신용등급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침체 지속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이 제도 도입을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등급’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시장 전반에 대한 ‘신용분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남영기자 hi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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