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채무계열 아닌 대기업집단 CPㆍ회사채 규모 공시 검토
정부가 주채무계열이 아닌 대기업 집단에 대해 시장성 차입금 규모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건설업계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로 가뜩이나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가운데 시장성 차입금 규모 공시로 인해 건설사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시장성 차입금이 많아 주채무계열로 선정되지 않은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규모를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성 차입금이 동양 사태의 발단이었던 만큼 대기업의 시장성 차입금 수준을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려 제2, 제3의 동양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현재 회사채와 만기 1년 이상의 장기CP는 발행 때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그 규모를 파악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단기CP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투자자들이 발행 잔액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고 전자단기사채도 예탁결제원을 통해 발행 규모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대기업의 시장성 차입 규모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부가 회사채, 장·단기CP, 전자단기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을 일괄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성 차입금 규모의 공시가 건설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가령 시장성 차입금이 예상보다 많다는 지적을 받는 건설사들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이미 발행한 CP나 회사채의 만기 이후 손을 뗄 가능성이 크다.
재무구조나 상환 능력에 비해 시장성 차입금이 많다면 그만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CP와 회사채의 상환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운전자금 확보도 힘들어지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성 차입금 중 회사채에 비해 CP의 발행 정보가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시장성 차입금 규모를 공시하면 투자자 보호 효과는 있겠지만 건설사를 포함한 취약업종 기업들은 시장성 차입을 통한 추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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