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9곳 실시설계 때보다 착공 총사업비 3조74억 깍여
건설사들 낙찰률까지 적용…물량난 수익성 악화 '이중고'
국가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도입된 총사업비 협의 제도가 결과적으로 공사비 삭감으로 이어져 발주기관 및 건설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사들은 여기에 낙찰률까지 적용받아 수익성 악화 측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7일 관련업계 및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토목공사인 고속도로 건설공사의 경우 현재 건설 중인 노선 9개의 실시설계 완료시 총사업비(보상비 포함)는 15조2818억원 착공시 총사업비는 12조2744억원으로, 총사업비 협의과정에서 3조74억원이 감액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선당 평균 19.6%의 사업비가 깎인 셈이다.
감액 규모는 상주~영덕이 64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감액비율로는 동해~삼척이 24.9%(1700억원 감액)이 가장 높았다.
착공후 총사업비는 조금 증액되긴 하나 땅값 상승에 따른 보상비 증가가 대부분으로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 주문진~속초, 상주~영덕의 경우에는 낙찰차액이 반영돼 현재의 총사업비가 착공시보다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총사업비 협의는 국가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IMF 시절이던 1999년 도입됐다. 국고가 투입되는 사업은 총사업비 협의를 받아야 한다. 건설공사의 경우는 조달청의 사전검토, 국토교통부의 투자심의를 거쳐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는다. 실시설계 완료 시점의 총사업비는 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발주기관이 짠 사업비이며, 착공시 사업비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실제 투입되는 사업비를 뜻한다.
문제는 각 단계별 검토를 거치면서 총사업비가 대부분 감액된다는 점이다. 실례로 최근 입찰공고된 밀양~울산 고속도로의 경우 조달청의 사전검토 과정에서 요청금액 대비 1436억원이 삭감됐고, 기재부 협의 결과 또 403억원이 감액됐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업에 기술적 노하우가 가장 많은 발주기관이 설계한 사업비를 감액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발주기관도 허투루 설계를 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면서, “총사업비 협의제도가 정당한 예산절감이 아닌 공사비 삭감의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사업비 감액은 발주기관에도 부담이 따른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무조건 적은 예산으로 사업을 완공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설계 대비 적은 예산 투입은 부실시공의 개연성이 높고 더 많은 관리비용이 뒤따른다. 착공 후 설계변경이 이뤄져 사업비를 증액해야 하는데 사업비 변경이 안돼 애를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건설사들은 앞서 언급한 주문진~속초 사례에서 나타났듯 낙찰률까지 적용받아 힘들어 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철도ㆍ도로 등 최근 토목 최저가 공사는 수익은 고사하고 본전을 뽑기도 어렵다. 워낙 물량이 없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입찰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위기를 전한 뒤, “총사업비 확정 단계에서부터 낙찰률까지 고려해 적정한 예산이 투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총사업비 협의는 타당성조사에서부터 매 사업별 단계마다 설계기준에 따라 가치와 경제성을 감안해 이뤄진다. 합리적인 설계에서 벗어날 경우 감액하는 것일 뿐 기본적으로 감액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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