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 부추기는 전문 로펌ㆍ브로커 기승


　건설업계 비용부담 연간 수천억원… 갈수록 늘어



　# 경기도 A지역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던 B씨는 최근 C로펌이 입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는 설명회 안내자료를 받았다. 하자소송을 맡겨주면 수십억원을 받아낼 수 있으니 소송을 맡겨달라는 것이었다. B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로펌의 설명을 듣고 소송에 참가하기로 했다.

　# 대형건설사인 A업체는 최근 계속 늘어나고 있는 하자분쟁과 소송때문에 골머리다. 소송건수가 해마다 늘어 관련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 접수된 하자분쟁 소송을 들여다보니 공통점을 발견했다. 로펌 한군데가 비슷한 내용의 소송을 여러단지에 걸쳐 낸 것이다.

　건설사들이 소송 등 주택 하자분쟁이 급격히 늘어나 몸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주택경기 침체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있는 데다 소송, 분쟁과 관련된 비용이 갈수록 증가해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렇게 주택시장에 하자분쟁 및 소송이 급격하게 늘어난데는 우선 기획소송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입주를 앞두거나 입주 후 집값이 하락한 경우에는 입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게 마련이다. 이런 입주민들을 심리를 부추겨 하자보수로 해결할 수 있는 일들도 집단 소송으로 유도하는 기획소송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로펌중에는 이런 기획소송을 전문적으로 영업하는 직원들이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소송을 부추긴다. 서울의 D단지 경우 한 로펌은 소송을 걸면 50억원을 받아주겠다고 공청회를 연 일도 있었다.

　하자소송 브로커들도 극성이다. 이들은 신규 입주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시공 하자를 찾아내 입주자들에게 하자 손해배상 소송을 부추기고 재판에서 이길 경우 배상금의 일정 비율을 대가로 받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건설업에서는 하자소송의 80~90%가 기획소송으로 보고있다.

　이런 기획소송은 애초부터 실질적인 하자보수보다 금전적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건설사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대형건설사 B업체는 2011년 2건에 불과하던 하자소송이 지난해 7건으로 늘어나더니 올해에는 벌써 10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B업체 관계자는 “하장분쟁 관련된 비용도 해마다 늘어나 올해에만 10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건설사들이 소송과 관련해 드는 비용을 합치면 연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획소송은 입주자들에게도 장기간 분쟁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기획소송을 전문적으로 하는 로펌들은 통상 판결금액의 17%~30%를 수수료로 받아간다. 판결금액도 당초 제기액보다 작을뿐더러 로펌들에게 수수료를 주고나면 소송에 참여한 주민들이 가져가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상준기자 newsp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