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설계사간 이견으로 대책 확정 지연
/설계ㆍ검토 주체 ‘시공ㆍ설계사’ 이견… 대책 확정 지연
/설계자가 해야하는 구조물-아닌 것으로 책임분담 필요
범정부 차원의 ‘건설재해예방 종합대책’이 가설구조물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건설업계는 현행 법령상 가설구조물 설계 주체가 설계자인 만큼, 별도 설계도면이 필요없는 경량 가설구조물을 뺀 나머지 설계도면과 구조검토를 설계자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부와 엔지니어링업계는 시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전행정부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인천시, 산업안전보건공단, 시설안전공단, 서울시, 인천시와 공동으로 마련 중인 ‘건설재해예방 종합대책<본지 11월20일 1면 참조>’이 가설구조물 구조안전성 검토 주체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안행부는 당초 지난 달 20일까지 관련 기관간 의견조율을 끝내고 25일 안전정책조정회의에 대책을 상정해 확정지을 계획이었지만 가설구조물과 관련한 정부·업계간 이견 아래 대책 확정시기를 미뤘다. 지난 달 29일 4차 TF회의까지 열었지만 접점찾기는 여전히 힘든 상태로 알려졌다.
가설구조물은 건설현장 사망재해의 27%를 차지할 정도로 재해예방의 핵심 부분이며 종합대책 논의 과정에서 선별한 38개 과제 중 4건(가설물 구조검토 의무화, 근로자 안전관련 주요 가설구조물 설계 의무화, 가설공사 설계도에 근로자 안전확보 규정 신설, 설계자의 업무소홀에 의한 재해 발생 때 처벌기준 구체화)이 포함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김태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가설구조물 안전성 확보를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기술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9월에 발의했지만 동일한 책임주체 논란이 불붙으면서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논란의 원인은 동바리, 거푸집, 비계 등 가설구조물의 설계도면 작성과 구조검토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사고 발생 때 제재 대상(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설계 및 구조검토를 건설업자 또는 주택건설등록업자에 맡겼다.
그러나 시공사로선 건설현장 재해 4건 중 1건 이상을 점유하는 가설구조물의 사고 발생 때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탓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설계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설구조물의 안전성 검토를 통한 현장사고 방지 필요성에는 건설업계 모두가 공감하지만 사고발생 때 처분이 집중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며 “담합을 포함한 각종 논란 아래 건설사 처분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건설현장 사고책임까지 모두 떠안게 된다면 건설기업 중 제대로 영업할 수 있는 곳이 남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설계자와 시공사간 적정한 책임 분담체계를 구축할 접점이 필요하며, 그런 측면에서 설계자의 설계도면 작성이 반드시 필요한 가설구조물과 그렇지 않은 가설구조물로 나눠 설계자와 시공자가 적정하게 책임을 분담해야 풀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십년간 제기된 가설구조물 안전대책 특성을 감안해 다른 시급한 안전대책들을 우선 시행하고 가설구조물 부분은 향후 치밀한 영향검토와 업종간 조율을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현장 사고,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사고 등의 굵직한 현장사고가 터진 지 4개월이 넘었는데, 범정부 차원의 건설현장 안전대책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이라며 “업계간 이견이 팽팽한 사안이라면 과감히 빼더라도 다른 시급한 현안부터 먼저 발표, 시행하는 게 현장사고 저감을 통한 국민 안전 확보 차원에서 더 적절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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