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원가 절감 위한 고육책”, 전문 “工基 지연ㆍ관리비 증가”
그동안 하도급사에 일괄적으로 맡긴 지입자재 방식을 본사에서 구매, 공급하는 지급자재로 전환하려는 일부 중대형 건설사들의 움직임에 전문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건설경기 장기불황 아래 일감 부족난과 경영난에 함께 고통받는 상황에서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 등의 추가적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란 게 전문업계 시각이다.
종합업계도 전문건설사별 구매에 비해 단가를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문업체 부도로 인한 리스크까지 저감할 대안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3개 중대형건설사 자재담당 부서의 직원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가 최근 일부 품목의 지입자재를 지급자재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문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하도급 시공 때 쓸 자재를 하도급사에 일임하는 지입자재와 달리 지급자재는 원도급사가 본사 차원에서 자재를 일괄구매해 하도급사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문업계 입장에서는 매출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자재비가 수주액에서 제외됨에 따라 업체별 매출이 줄고 기존에 거래하던 자재업체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한 시공이 어려워지는 탓에 현행 지입자재를 선호한다.
전문업계 관계자는 “지급자재가 일시에 공급되면 야적장·창고·관리인력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자재파손 등의 손실도 늘어난다”며 “게다가 H빔만 해도 80가지 규격에 6가지 재질이 조합되면 수백가지의 조합이 가능한데, 일괄구매로 현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겠느냐. 자재가 남거나 부족해져 재납품받아야 하는 데 따른 공기지연, 관리비 증가 등의 손실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공과정이나 완공 후 자재와 관련한 하자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도 격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도급사들도 자재 일괄구매 때 불가피한 현장관리 부담, 하도급사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대부분 지입자재 방식을 활용했지만 최근 건설경기 침체 아래 원가관리가 화두로 부상하면서 지급자재 방식을 서서히 늘려가는 추세다.
자재직 모임인 건자회가 10개 품목의 지급자재 전환을 통해 10~15%의 원가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치를 냈고 저가낙찰과 실적공사비로 대표되는 공사비 쥐어짜기 관행 아래 원가절감이 절박한 원도급사들의 사정도 이런 흐름을 견인하고 있다.
지입자재의 지급자재 전환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에 대해서는 건자회와 전문업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업체별, 현장별, 공종별, 품목별로 효과가 달라지므로 원도급사들도 어느 한 쪽을 고집하기보다 유리한 방식을 선택해 쓰고 있다.
전문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건자회 차원에서 33개 회원사들에 지급자재 전환을 촉구했느냐는 부분이다.
전문업계의 한 업종협의회장은 “발주기관의 공사용 자재분리 발주에 대해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조치라고 반발하는 원도급사들이 이런 나쁜 제도를 하도급사에 강요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며 “협회 차원에서 강력히 항의해 개선토록 하되, 여의치 않다면 정부와 국회에 탄원서를 내고 법적 대응 가능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자회도 발끈하고 있다. 개별기업의 경영전략상 선택 문제인 자재조달 방식에 대해 전문업계가 간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냥 건설사들이 실정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정훈 건자회 회장은 “건자회 차원에서 지급자재냐, 지입자재냐에 대한 기업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를 수용할 기업도 거의 없다”며 “원가절감을 위해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자재직 모임 차원에서 기업별 원가절감 경험을 공유한 것일 뿐이며, 결국 개별기업이 현실에 맞게 선택할 문제일 뿐, 건자회도 전문업계도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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