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 대책 나온지 5개월째…정부-업계 '동상이몽'
“내년엔 제도도 바뀌고 일감도 늘어 민자시장이 확실히 좋아질꺼다.”(기획재정부 관계자)
“당장 내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데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다.”(A건설사 민자담당자)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7월5일)이 나온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와 업계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정부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민간제안 허용 등 규제가 풀리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굵직한 사업이 대거 쏟아지는 내년이 민자시장의 제2의 도약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민자업계는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고 대형 민자사업들의 추진시기도 불확실한데다, 일방적인 자금 재조달 및 사업 재구조화로 인해 수익성이 더욱 나빠진다며 울상이다.
A건설사 민자 담당자는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회의 때마다 매번 깨지고 있다”며 “민자 활성화, 대체 언제 되는거냐’, ‘내년엔 뭐 먹고 살거냐’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BTL 민간제안 허용 △혼합형(BTO+BTL) 사업 활성화 △부대·부속사업 활성화 △사업시행자의 토지 선보상 지원 등 제도개선책에 대해선 민자업계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추진력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정책을 내놓고 반년이 다 돼 가도록 감감무소식이니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간판 대책인 BTL 민간제안 허용의 경우 지난달 6일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한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BTL 민간제안 허용과 함께 공공청사 건립에 민간투자를 허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재부는 내년에 경찰청 5개소, 국세청 3개소 등을 BTL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BTL 한도액 2125억원을 신청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투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BTL 한도액 증액분도 자동 폐기된다”며 “다만 예산안 부속 법안으로 분류돼 예산안과 함께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갈 길 바쁜 민자업계는 속이 탄다. C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4~5월께 민자사업기본계획을 확정하면 실제 업계가 사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 끝자락”이라며 “내년 민자시장 활성화로 이어지기엔 정부의 정책 확정시기가 너무 늦다”고 반박했다.
GTX, 제2 경부(서울~세종), 제2 서해안(평택~부여) 고속도로, 신안산선 복선전철 등 초대형 프로젝트의 사업화 시기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기재부에선 “GTX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고 제2경부, 제2서해안, 신안산선 등 민자 예비 후보사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민자업계에선 “수년째 ‘예비 후보’ 딱지를 못 떼고 있는 사업들”이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기존 민자사업에 대한 자금 재조달, 사업 재구조화에 대한 인식차는 훨씬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과 통행료 인상을 최소화해 민자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민자시장에 득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비해 민자업계는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민간의 수익은 뺏고 위험은 떠넘기려는 식으론 민자 활성화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민자시장의 진짜 위기는 신뢰가 사라지고 불신이 팽배하다는 점”이라며 “정부는 제도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업계는 새로운 수익형 민자사업 모델을 하루빨리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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