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뿌리뽑자" 14개 대형사 한목소리
대형건설사들이 그 동안의 잘못된 담합 관행에 통렬히 반성하고 앞으로 담합 행위를 할 경우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의지를 모았다.
그 일환으로 이런 건설업계의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담합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밝힐 방안도 이른 시일 내에 마련, 실행하기로 했다. 나아가 담합을 뿌리뽑기 위한 제도적 대안도 향후 3개월간의 토론과 연구과정을 거쳐 도출하기로 의결했다.
14개 대형건설사의 국내영업 담당 임원들은 대한건설협회가 9일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공정거래 및 자정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회의’에서 이 같이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최근 잇따라 불거진 담합 행위에 대해서는 사태의 장본인이자, 업계 일원으로서 할 말이 있을 수 없고 업계가 먼저 국민들께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한 대형사 임원은 “과거에는 먹고 살기 위해 담합을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먹고 살려면 담합을 그만둬야 한다는 점에 업계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담합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나머지 13개사 임원들도 표현은 달랐지만 같은 의견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자정대회 등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당장의 위기만 모면하려 했던 과거 관행을 오랜기간 직시한 국민들에게는 또 다른 이벤트성 행사로 비춰질 것이란 두려움이 컸다. 이에 따라 어떤 것이 먼저냐란 방법론에 대해 격론이 일었다.
한 참석자는 “자성에 진정성을 담으려면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가 전제돼야 한다. 과거처럼 ‘이번에만 봐 주세요’라는 식의 이벤트로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국민들은 과거와는 다른 근본적 변화를 업계에 요구하고 있다”는 신중론을 밝혔다.
반면 다른 업계 임원은 “과거 25년간 영업부서에서 일했지만 영업 담당임원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반성하고 담합을 뿌리뽑겠다고 결의한 적은 없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담합을 완전히 근절하기는 힘들겠지만 업계 차원의 이런 진정성을 국민들께 알리고 결의하는 것이 쇄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예상 성균관대 교수도 “억울함이 1%라도 있다면 진정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사실 업계 일각에서는 4대강처럼 억울함도 있을 것이고 여기 모인 대형사만의 결의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런 모든 부분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국민들께 알리는 것이 그릇된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참석자들은 논란 끝에 대형사들부터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심정으로 진정성을 담은 사죄의 방법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실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담합을 근절할 제도적 개선책도 마련한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 아래에서는 범건설업계가 동참하는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상규 건협 부회장은 “진정한 반성을 위한 대안에 더해 담합을 근본적으로 없앨 방안이 함께 하는 패키지형 대책이 필요하며, 여기 모인 분들을 주축으로 TF를 만들어 3개월 내에 국민, 정부, 발주기관, 업계가 공감할 대안을 만들겠다”며 “향후 담합 때 어떠한 고강도 처분이나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업계의 공감을 전제로 건설시스템과 업계의 마인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꿔나가자”고 제안했다.
운영 주체들의 쇄신도 필요하다는 주문도 상당했다. 그 동안 숱한 선진국 제도를 들여왔지만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던 이면에는 발주기관 등 제도 운영자들의 글로벌 마인드 결여가 자리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담당자도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성과를 볼 수 없다. 운영 부문의 한계를 극복할 방안까지 제안해 달라. 정부도 이를 적극 수용하고 이런 업계의 노력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주문했다.
국토부는 그 일환으로 지난 2011년 시작했지만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인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계획을 내년 대통령 업무보고 때 핵심과제 중 하나로 포함해 강력히 실행함으로써 건설산업의 긍정적 노력과 성과들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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