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社 경영지표분석 결과
/이자보상비율은 외환위기 후 최저치
건설기업이 공사를 해도 수익은 커녕 이자마저 갚기 힘든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대형 116개사의 경영지표를 뜯어보면 올해 9월까지 국내외 건설공사를 시공해도 미수금, 미분양 등 손실을 감안할 때 오히려 8조2606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는 능력인 이자보상비율마저 기준치(100%)에 미달한 72.2%에 머물러 100억원 공사를 해도 당장 도래하는 부채를 갚으려면 오히려 27억8000만원을 더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가 19일 발표한 ‘3분기 116개 상장건설사 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올해 9월 누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8조2606억원이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매출을 통해 창출하는 현금을 반영한 지표이며, 이 지표가 적자란 것은 영업활동을 할수록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건설기업 차원의 건설영업 이외의 부동산, 증권 등의 투자손익을 반영한 투자활동 현금흐름마저 -2조5598억원이었다. 부동산경기 장기침체 아래 건설사업을 위해 매입한 부동산이나 다른 투자활동에서도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는 지표란 게 건협 설명이다.
이런 현금 유출을 완충할 길은 차입뿐이었다. 이를 반영한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8조2056억원이었다. 다만 116개사가 차입, 출자 등을 통해 올해 8조2056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이를 모두 써도 영업손실 누적으로 인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상 유출액(8조2606억원)을 충당하기에도 역부족(-550억원)이었다고 건협은 분석했다.
주된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 아래 불거진 물량감소와 수익성 악화다. 3분기 세금을 내기 이전의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매출액세전순이익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손실(-0.6%)을 기록했다. 상당수 건설사들이 건설 쪽 손실을 비건설 분야의 순익으로 완충하고 있지만 비건설 쪽 이윤을 끌어와서 합쳐도 세금을 내기 이전에만 0.6%의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실제 매출액 대비 매출원가 비중도 3분기 97.9%까지 치솟았다. 실적공사비로 건설원가가 악화된 데다 건설경기 침체 아래 공동도급사, 하도급사 부실이 잇따르면서 다른 현장이나 기업 내부 자금으로 건설공사 공정을 맞춰야 하는 부담까지 가중됐기 때문이다.
건설활동을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는 것도 불가능하긴 마찬가지다. 116개사의 이자보상비율은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9년(-24.2%) 이후 최저치인 72.2%에 그쳤다. 국내외에서 건설공사를 해도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이자를 갚기에도 힘이 부친다는 의미다.
영업활동으로 이자비용조차 충당하기 힘든 건설사 비중도 50.5%에 달했다.
3분기 상장사 지표를 고려할 때 ‘건설로 돈을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비관론도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잇따라 경영위기에 직면한 중견사들의 경우 공사원가 부담 가중 탓에 공사를 따서 남긴 이윤으로는 차입금의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마저 소화하기 힘든 곳이 상당한 탓이다. 일부 건설사들의 경우 이미 한계상황을 넘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건협 관계자는 “지표 이외의 변수가 물론 있겠지만 분석된 지표만으로 판단하면 과거처럼 건설공사를 따고 시공을 해서 남긴 이익으로 이자도 갚고 원금도 상환하는 전통적 건설생산구조가 이미 붕괴한 것 같다”며 “특히 상장건설사 경영분석 때 상대적으로 양호한 비건설 지표까지 합쳐서 지표를 산출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실제 건설업계의 경영사정은 나타난 지표를 훨씬 능가할 정도로 어렵고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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