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중견사 절반이 중소기업 추락 경험
/유동성·해외진출 지원할 제도장치 시급
건설산업의 허리층인 중견건설사의 견실한 성장을 돕기 위한 유동성·해외진출 등 맞춤형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건설업종이 사실상 배제되면서 2009년 66곳(산업발전법령 요건 충족)이었던 중견건설사 중 절반이 중소기업으로 퇴보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건설 중견기업에는 성장사다리가 없다’는 자조론마저 일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5일 ‘국내 건설산업 내 중견기업 현황 분석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산업발전법령에 따른 건설업 중견기업은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과 자본금 30억원 초과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 제한집단에 포함되지 않는 건설사다.
건산연 분석 결과를 보면 2009년 66곳의 중견건설사 중 33곳이 중소기업으로 추락했다. 중견기업 지위를 복원한 곳은 2곳에 그쳤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대기업으로 성장한 중견건설사는 아예 없었다. 국내 건설환경상 중견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게 건산연의 진단이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시공능력평가액 100위권 안팎에 넓게 분포한 중견건설사는 최근 워크아웃·법정관리 등 경영위기업체들을 대부분 포함하며, 이들 중 절반이 중견기업 요건마저 유지하지 못했을 정도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2009년 66곳인 중견건설사는 작년 39곳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중견건설사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통로는 사실상 주택사업을 통한 외형 확장뿐이지만 주택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성장은 고사하고 중소기업으로 퇴보하거나 망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출액 세전순이익률 평균치만 해도 대형사는 2011년 1.75%, 작년 0.60%의 이익을 거뒀지만 중견사는 2011년 -0.81%, 작년 -3.57%의 손실에 직면했다. 2010년(-1.13%)에 이은 3년 연속 마이너스 순익이다. 대기업은 2012년 부채비율이 개선된 반면 중견사는 작년 평균 부채비율이 급증하면서 400%에 육박했다.
이 위원은 “주택경기 침체 여파가 중견사 몰락의 최대 요인이지만 제조업 위주의 ‘중견기업 사다리정책’ 가운데 건설 중견기업이 누릴 혜택이 거의 없는 것도 한몫했다”며 “건설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지원책의 손질이 없이는 중견건설사의 대기업화는 고사하고 글로벌 중견기업으로의 건전한 성장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견사들이 갈구하는 유동성 지원책에 더해 해외시장 쪽의 조사·보증·대기업 동반진출 등에 걸친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을 통해 국내 시장 한계를 뛰어넘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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