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흥 3ㆍ4호기 정보유출 관련 남동발전에 ‘무혐의 처리’
발전사에 설계소유권 인정 해석…한전기술의 시장 독점에 제동 걸릴 듯
사실상 한국전력기술이 독점해 온 국내 발전소 설계용역 시장이 경쟁체제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전소 설계에 대한 소유권(지식재산권)을 발주처인 발전사가 일부분 갖고 있다는 법적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영흥 3ㆍ4호기와 관련해 한국전력기술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고발당한 한국남동발전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해당 사건은 남동발전이 현대엔지니어링과 영흥 5ㆍ6호기의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면서 영흥 3ㆍ4호기의 설계도면을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제공한 게 발단이 됐다. 이에 영흥 3ㆍ4호기의 설계자인 한국전력기술은 남동발전을 영업비밀 유출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영흥 5ㆍ6호기는 영흥 3ㆍ4호기의 후속 호기로 설비용량은 같은 870㎿급이다. 이른바 ‘카피 플랜트’인 셈이다.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리는 설계용역사뿐 아니라 발전사도 발전소 설계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영흥 5ㆍ6호기 설계용역 입찰 당시 한국전력기술에서는 입찰에 응하지 않아 2차례 유찰된 뒤 결국 현대엔지니어링과 수의계약을 했다”면서, “같은 지역에 같은 모델의 후속호기를 짓기 위해선 선행호기를 참조할 수밖에 없다. 검찰도 이 부분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업계는 이번 무혐의 처리가 한국전력기술이 거의 독점하디시피하고 있는 발전소 설계용역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흥 5ㆍ6호기와 같은 카피 플랜트의 경우 발전사가 설계 소유권을 앞세워 경쟁을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사실 국내 발전소의 설계 대부분을 한국전력기술이 수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국전력기술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로 인해 발전사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한국전력기술과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영흥 5ㆍ6호기 때는 한국전력기술이 남동발전의 책정 예산보다 높은 금액을 제안해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한국전력기술의 설계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경쟁자가 없어 발전사로서는 그동안 한국전력기술에 끌려가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발전사가 설계 소유권을 갖게 되면 설계용역 발주 시 실적제한을 완화하는 등 경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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