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열, 잉여열 모아 재활용…1단계 4600억 투자
집단에너지ㆍ도시가스업계 등 이해관계 맞물려
수도권 내 폐열, 잉여열 등을 모아 지역냉난방으로 재활용하는 일명 ‘그린히트 프로젝트’가 난관에 부딪혔다.
주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사업을 지난해 12월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보고하는 등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해당사업을 둘러싼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한국지역난방기술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완료한 해당사업의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기획단을 구성했다.
해당사업은 수도권 내 발전소, 제철소, 소각장, 매립지 등지서 발생하는 폐열, 잉여열 등을 열배관망을 통해 모아 지역냉난방으으로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산업부는 해당사업의 1단계로 총 4600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에서 인천을 잇는 노선을 건설하기로 했다. <본지 2013년 12월 23일자 1면 참조>
그러나 해당사업을 둘러싼 집단에너지업계, 도시가스업계, 보일러설비협회, 열관리시공협회 등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집단에너지업계는 “해당사업을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해당사업이 본격화하면 한난이 실시설계 용역 및 시설공사 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향후 운영까지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집단에너지 시장에서 한난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데, 해당사업까지 담당하면 지배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시가스업계는 “수도권의 안정적인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 최근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주배관망을 설치해 왔는데 열배관망을 중복 건설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말한다. 산업부는 우선 4600억원을 투자해 1단계만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 그러나 향후 2단계까지 확장하면 총 사업비는 9000억원 이상으로 상승한다. 총 사업비의 대부분은 자재비, 시공비 등이 차지한다.
산업부가 최근 개최한 연구용역 공청회에서는 해당사업을 둘러싼 업계 관계자들의 이 같은 성토가 이어졌다. 공청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버려지는 열을 재활용해 국가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해당사업의 취지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 간의 이견이 너무 심하게 엇갈려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 연구용역을 통해 수도권 서부 지역의 미활용 열에너지만 해도 발전소(870만Gcal), 제철소(81만Gcal), 산업폐열(90만Gcal),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64만Gcal), 폐기물 소각업체(32만Gcal)를 합해 연간 1137만Gcal 규모라고 했다. 이를 재활용 시, 총 2단계 추진(9000억원 투자)으로 11배인 9조8000억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석한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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