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식 하락 메카니즘-시장가격 반영 불가능
부족한 공사비는 부실시공 및 대형사고 불러
16개 건설단체가 연명 탄원을 제출한 배경은 실적공사비가 원천적으로 현실적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가운데서도 발주자들은 실적공사비를 예산절감을 위한 공사비 삭감도구로 오용하고 있어 건설, 주택, 전기, 정보통신업계는 적자시공은 물론, 분야별 하도급업체와 현장근로자들까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업계는 부분별한 실적공사비 적용은 부족한 공사비로 인해 결국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고 더불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로 도입 10년째를 맞는 실적공사비는 실제 체결된 계약단가를 기준으로 새로 매겨지기 때문에, 계단식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최초 설계금액 100원에 낙찰률 80%이 반영되면 설계금액은 80원이 되고, 다시 80%의 낙찰률을 적용하면 설계금은 64원으로 떨어지는 식이다.
실제 지난 2004년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공사비 지수는 64.6%가 오르고 노무비지수 또한 56.8%나 상승한 반면, 173개 공종의 실적공사비는 평균 1.5% 하락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공종별 단가 비교를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융착식도료 수동식/실선, 백색 ’공종의 경우 10년전 ㎡당 실적단가가 6556원이었으나 작년 하반기 단가는 고작 601원, 10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렇다보니 정확한 시장가격 반영과 업체간 기술경쟁 촉진이란 제도의 도입 취지는 이미 상실된지 오래다.
물론, 이같은 문제를 개선키 위해 정부도 최저가 공사 중 실적공사비 적용 공종에 대해서는 저가 투찰을 제한하고 적격심사공사에 대해서도 설계단가와 5% 이상 차이 나는 계약단가는 실적공사비 수집을 배제하도록 했으나 적정 공사비는 요원한 실정이다.
지난해 시장가격을 기초로 도입한 단가조정제도 역시, 하도급 계약단가만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실적공사비는 계속해서 현장에서 멀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 및 발주자는 예산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이같은 하락 구조의 실적공사비를 일방적으로 공사비를 삭감하는데 수단으로 이용하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더 큰 문제는 비현실적 실적공사비로 인한 공사비 삭감으로 인해 부실공사 우려가 커지고 현장근로자는 물론, 각종 시설 사용자인 국민의 안전 또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익은 커녕 손실을 줄여야 하는 기업(시공사)으로서는, 결국 품질이나 안전관리보다는 오로지 원가관리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실적공사비 적용으로 인한 부족한 공사비가 무리한 공기단축이나 안전관리비용 삭감을 조장하고 저임금 미숙련 노동력이나 저급자재 사용을 부추겨 부실공사 및 대형사고 위험성만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업계는 또 적자시공 우려는 저가 불법하도급으로 이어지고, 그 부작용은 자재, 장비업자 및 근로자에게 전가돼 사회취약계층의 생활기반을 위협하며 모두를 공멸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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