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 터널 위험등급 높이고 방음터널 방재기준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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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총 길이 11㎞의 스위스 몽블랑 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을 포함해 41명이 사망했다. 2001년 오스트리아 고타르 터널에서는 화재발생 지점에서 불길이 17㎞나 번지며 1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2014년 3월 중국 옌허우 터널에서 2대의 메탄올 수송차량이 추돌 후 폭발하면서 차량 42대가 불타고 40여명이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프라 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도로터널 화재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재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지 터널에 대한 위험등급을 상향조정하고 터널 내 사고 감시용 CCTV, 터널 입구 긴급 차단시설 등 방재시설의 설치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 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최근 발주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관련 지침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전국 고속도로의 터널 수는 모두 793개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전국 터널에서의 교통사고는 2008년 51건에서 2012년 112건으로 120% 증가했다. 또 터널 내 화재사고는 2010년 10건에서 2012년 20건으로 100% 증가하는 등 터널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도 개선은 크게 도로터널에 대한 위험등급 조정과 방재시설 설치기준 강화로 요약된다.
우선 터널 화재시 대형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도심지 터널에 대한 등급 상향조정이 추진된다. 기존 및 신설 터널 모두 대상이다.
방재시설 설치기준을 정하는 터널등급은 터널 길이를 기준으로 하는 ‘연장 기준등급’과 교통량, 대형차 혼입률, 터널유형 등을 지수화한 ‘위험도지수 기준등급’으로 나뉜다. 터널연장 3000m이상은 1등급, 1000m이상~3000m미만은 2등급, 500m이상~1000m미만 3등급, 500m미만은 4등급이다. 위험도지수는 29이상이면 1등급이고 14미만이면 4등급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지 터널은 고속도로 터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이는 짧지만 사고 시 위험이 큰 만큼 위험도지수를 상향조정해 방재등급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증가추세인 방음터널과 연속터널에 대한 방재시설 설치 기준도 새로 만든다. 방음터널은 자동차 소음을 막는데 효과적인데다, 지하로 파는 것보다 공사비가 절반 정도여서 도심지 인근에서 주로 설치되고 있다. 분당 수서 고속화도로 이매동 소음구간에도 방음터널이 추진된다.
터널 화재 시 연기를 밖으로 내뿜는 제트팬 용량의 설계기준도 바꾼다. 제트팬 용량을 계산할 때 정체 차량수 산정방법을 바꾸는 등 기술발전 수준을 반영하고, 상·하향 터널에 따라 용량 산정을 달리하기로 했다. 일부 제트팬의 제연성능이 부족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제트팬을 대상으로 성능평가 방법도 다시 짠다.
제연설비가 없는 500~1000m 이하 중규모 터널을 대상으로 에어커튼이나 제연경계벽 등 연기확산 지연설비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된다. 현재 도로공사가 중부내륙선 매현2터널에 시범설치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이전에 지어진 도로터널에 대한 방재시설 보강기준도 새로 만든다. 현행 도로터널 방재시설 지침은 터널 내 피난연결통로를 250m마다 설치하도록 했지만 과거 기준이 적용됐던 2004년 이전 터널은 50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터널 화재시 진압효과가 탁월한 ‘물 분무 설비’를 확대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금은 중앙고속도로 죽령터널(4.6㎞)에만 유일하게 설치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화용수를 터널 안으로 직접 분출해 화재를 진압하기 때문에 효과가 우수하지만 비용 등으로 인해 폭넓게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험도지수 2등급 도로터널에 의무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터널 내 화재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한 CCTV 의무설치 대상도 확대된다. 지금은 연장기준 1~2등급은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3등급은 설치를 권장하고 있지만 의무설치 대상으로 3등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는 도로터널 화재사고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시급한 제도개선 사항을 우선 반영해 관리지침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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