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들 '非태양광 채우기'…연료사용 확대
에너지 함량이 높은 가연성 폐기물을 태우기 좋게 만들어 발전소에 판매하는 ‘고형화연료’(SRF·Solid Refuse Fuel) 사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의 가연성 폐기물 연료화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그린에너지개발(주)은 하루 200t 규모의 가연성폐기물을 고형화 연료로 만들어 t당 5만2000원을 받고 전국 익산의 (주)상공에너지에 공급하고 있다. 박병록 그린에너지 소장은 “이번 시범시설의 설치·운영 노하우를 반영해 하루 2200t 처리용량으로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생산성과 경제성이 낮아 확대가 더뎠던 고형화 연료사업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무엇보다 확실한 수요처가 생겼다. 일정 규모 이상 발전사업자가 전체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새쟁에너지로 공급해야 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가 만든 새 시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지역난방공사,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을 비롯해 SK E&S, GS EPS, GS파워,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기업까지 모두 14곳이 수요처다. 이들은 올해의 경우 전체 발전량의 3%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이 비율은 매년 1%씩 늘어나 2022년에는 10%까지 올라간다. 의무공급량을 어기면 미이행분 평균거래가격의 150% 이내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징금만 최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RPS 의무량은 태양광과 비태양광으로 구분해 부과된다.
태양광 분야의 경우 RPS 의무량을 채우기 위한 발전사들의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새로 지어진 발전소 5363개 가운데 무려 97.6%(5232개)가 태양광이다. A에너지 관계자는 “태양광은 비교적 의무비율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지만 비태양광을 채우는 게 문제”라며 “가격과 효율면에서 고형화 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RPS 대상 발전소들은 고형화 연료 사용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모두 9개 발전소에서 고형화 연료를 통해 4만4153㎾의 전기를 생산했다.
고형화 연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규모의 영세성과 가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고형화 연료를 만드는 시설은 전국적으로 10여곳에 달한다. 규모가 가장 큰 부산시 SRF 제조시설의 하루 처리용량이 900t에 그친다.
판매가격도 올려야 한다. 고형화 연료는 발열량 기준이 1㎏당 3500㎉로 무연탄(4600~4700㎉)의 80% 수준이지만 판매가격은 3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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