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산연 운영실태보고서, 실적공사비 적용확대 탓…중소사 수익성 악화 원인


　적정공사비 확보와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 도입된 적격심사 입찰제도의 낙찰률이 실질적으로는 80% 아래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사원가 산정에 실적공사비 단가 적용을 확대했기 때문으로, 중소건설사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김흥수)은 최근 발간한 ‘적격심사제도의 운영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실적공사비 도입으로 공사 예정가격이 하락해 저가 낙찰이 속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3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는 적격심사 입찰제도의 평균 낙찰률은 지난 2008년 86.1%에서 2013년에는 84.9%로 하락했다. 그런데 표준품셈보다 85%가량 단가가 낮은 실적공사비의 공사원가 적용비율은 같은 기간 24%(금액기준)에서 38%로 확대됐다.

　결국, 실적공사비 적용 확대로 예정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실질 낙찰률은 79.6%로 떨어진 셈이라고 건산연은 분석했다.

　최민수 건산연 연구위원은 “적격심사의 낙찰률이 표면적으로는 84∼86%에 형성되고 있어 저가낙찰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으나 실질낙찰률은 5%p 이상 낮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는 중소기업의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적격심사 입찰제도는 성수대교 붕괴를 계기로 건설공사비 확보와 부실시공 방지라는 취지로 지난 1995년 도입됐다. 그러나 실적공사비 적용으로 제도 취지가 훼손된 것이다.

　건산연은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물가변동 내역을 파악해 실적공사비 단가를 현실적으로 보정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실적공사비가 현실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중소규모 공사의 원가산정에 실적공사비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산연은 또 실적공사비가 적용된 공종은 실적공사비 이하로 투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가낙찰제에서는 실적공사비 공종에 1000분의 3 미만으로 투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적격심사에서는 이 같은 장치가 없다.

　건산연은 이와 함께 낙찰률 하한율을 조정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적격심사 낙찰률이 실질적으로 5% 하락한 만큼 이만큼 하한율을 올리자는 것이다.

　동시에 시장가격 반영이라는 실적공사비 도입 취지에 따라 현행 계약단가가 아닌 준공단가로 실적공사비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고 건산연은 지적했다. 건설공사에서는 물가변동이나 설계변경으로 계약금액 변동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

　단가 조사기관에 대해서는 정부가 간여할 영역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외국 사례를 고려할 때 실적공사비 단가는 정부가 간여할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며 “복수의 민간 물가조사기관에서 시장 거래가격을 조사, 발표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정석기자 j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