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정보제공 취지와 맞는지 검토 필요" 난색
국토교통부가 부실 건설업체를 솎아내겠다며 국세청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면 국세청은 과세 정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7일 국토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국토부는 부적격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강화를 위해 국세청이 보유한 건설사들의 과세 정보를 공유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국토부가 지난 9월 도입한 ‘부실업체 조기경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3년마다 자본금, 기술인력, 장비 등을 신고받아 검증하는 주가적 신고제를 없애는 대신 건설산업종합정보망(KISCON)을 활용해 부실 의심업체를 걸러내는 조기경보 시스템은 시행 초기부터 부실 논란에 휩싸여 있다. KISCON 정보에 정작 신용등급이 낮은 5000여개사에 대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D등급 이하거나 신설업체 정보가 대거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와 행정당국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조사주기는 2∼3년에서 1년으로 앞당기려던 국토부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조기경보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메워줄 대안으로 국세청의 과세 정보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미 국세청은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는 ‘정부3.0’ 정책의 일환으로 역외탈세 조사자료, 근로ㆍ종합 소득자료 등 과세정보를 관세청, 건강보험공단 등과 공유하고 있다. 모두 30개 기관에 총 122종의 과세정보를 제공 중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최근 부실업체 조시경보 시스템을 통해 적발했다고 발표한 1만2461곳의 부실 의심업체 가운데 156곳은 대구지방국세청이 통보해 준 명단이었다.
더구나 국회에도 이미 관련법이 발의돼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김성태 의원(새누리당)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에는 주기적 신고제 폐지와 함께 국세청과의 정보 공유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국세청이 타 기관과의 과세 정보 공유를 소홀히 해 수천억원에 이르는 체납세금과 부담금 징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과세 정보 요청에 대해 국세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토부의 요청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라며 “하지만 과세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문제인만큼 다각도에서 검토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과세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기관들은 세금이나 과징금 부과와 관련된 곳이 대부분인 반면 국토부가 요구하는 내용은 부실업체 적발 용도라서 정보제공 취지와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실업체 조기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하기 전까지라도 당분간 주기적 신고제와 병행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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