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부동산업계 "제도 도입 환영…공여비율 등 운영 묘 살려야"
한국판 ‘롯본기 힐스’는 가능할까.
정부가 방치되고 있는 터미널, 역사 등 도시내 거점시설과 그 주변지역에 대해 용도와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과 같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 호텔, 쇼핑몰, 아파트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0일 국토교통부는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 등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오는 24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9일 입지규제 최소구역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토계획이용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후속조치다.
개정안과 지침을 종합해보면 입지규제 최소구역은 도시지역 내 △도심ㆍ부도심ㆍ생활권 중심지 △거점시설 부지 △대중교통 결절지 △노후ㆍ불량 건축물 밀집지역 등 복합개발을 통해 도시정비를 촉진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 지정할 수 있다. 최소 개발 규모는 1만㎡ 이상이다. 지자체가 지정할 수 있는 총 개발면적은 관할구역 내 시가지화지역(주거ㆍ상업ㆍ공업) 면적을 기준으로 정한다. 특ㆍ광역시는 1% 이내, 일반 시ㆍ군은 0.5% 이내에서 각각 지정할 수 있다.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되면 토지이용 및 건축물의 용도ㆍ건폐율ㆍ용적률 등의 건축제한이 완화되는 것은 물론, 건축법상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간주된다. 특별건축구역에선 주택건설기준(주택법), 주차장 확보기준(주차장법), 미술작품 설치기준(문화예술진흥법)이 완화된다.
개발방식은 주거, 업무ㆍ판매, 산업, 사회문화, 관광 등 5개 중심기능 중 3개 이상의 기능을 갖춘 복합개발로 이뤄져야 한다. 또 아파트 등 주거기능은 기반시설을 제외한 가용지 면적 대비 20% 이하(임대주택은 주택 총 연면적의 30% 이상)여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도한 주택위주의 개발을 막고 특정 기능에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제도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부동산개발업계에서는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주시 관계자는 “용도지역에 따라 허용용도와 밀도 등이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현행 용도지역제의 경직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개발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통합 시청사 건립 부지를 포함해 주변 지역을 행정타운으로 묶어 입지규제 최소구역 지정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서도 경직된 용도지역제에 선진국형 융통성을 가미했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싱가포르의 화이트존, 미국의 PUD(계획단위개발)처럼 한국에도 유연한 용도지역제 도입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다만 입지규제최소구역계획 등을 심의할 위원회에 제대로 권한을 넘겨줘야 제도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개발업계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다만 제도 도입 취지에 맞는 실제 운용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종합 부동산개발그룹인 신영 관계자는 “용도지역제에 갇혀 있던 도시재생ㆍ개발사업에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허용용도와 함께 용적률 등 규제가 제대로 풀릴 지, 공여기여 비율을 얼마로 할 지 등에 따라 제도의 활성화 여부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가 2009년 도입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의 경우 16개 사업을 검토했지만 결국 2개 사업만 도시계획변경에 성공한 바 있다. H건설사 관계자는 “사전협상제도가 용도지역의 상향조정 가능성을 넓혀줬다면 입지규제 최소구역은 용도의 틀 자체를 깰 수 있다는 신호를 민간에 분명히 던져줬다”고 평가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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