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엔저 심화…해외건설 악재속 돌파구 되나
한국 건설산업은 성장과 내실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의 물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너나 할 것 없이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하고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로 인해 해외에서도 똑같은 후유증을 겪는 게 공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SOC(사회기반시설) 투자 규모는 그동안 축적된 SOC 스톡(총량)과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집중 투자됐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었다.
한 해 SOC 예산이 25조원대에서 23조원대로 뚝 떨어진 사이 공사비가 계단식으로 하락하는 실적공사비 등으로 인해 공사를 따내고도 적자를 기록하는 건설사들이 속출했다.
국내 건설시장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은 해외건설시장으로 앞다퉈 눈을 돌렸다.
특히 화공을 중심으로 한 해외 플랜트는 한국 건설산업의 구세주로 등장했다.
공사비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EPC(설계·구매·시공) 방식의 초대형 플랜트 수주 잭팟이 연거푸 터졌고 건설사들은 해외 플랜트를 침체된 국내 건설시장의 해답으로 여겼다.
그러나 해외 플랜트에 대한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덩치가 큰 해외 플랜트는 국내 건설사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지만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인한 저가수주는 결국 적자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여기에 유가 하락에 따른 발주물량 축소와 엔저 심화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는 한국 건설산업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실정이다.
도무지 돌파구가 없을 것 같던 한국 건설산업에 한가닥 희망의 빛줄기가 비치고 있다.
한 물 간 것으로 보였던 국내 공공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우선 내년 SOC 예산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축소 기조에서 확대로 전격 전환하면서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광주 U대회 관련 시설 등 신규 SOC 투자는 물론 도로 구조물 기능 개선, 일반철도시설 개량 등 기존 시설의 안전 확보를 위한 물량도 대거 풀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박한 공사비 책정에 따른 부실 시공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던 입찰제도에 대한 개선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국내 공공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환경 변화에 맞춰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던 공공시장이 재기와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조직과 인력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공공시장과 해외 건설시장의 사이클이 뒤바뀌는 시점으로 보인다”며 “건설사들도 공공시장을 잡아 다시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 순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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