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감소ㆍ수익성 악화ㆍ과징금ㆍ해외수주 부진
위기에 빠진 건설산업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공공공사 발주물량은 지난 2009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고, 수익성 없는 기술형 입찰에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절반 이상이 유찰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입찰담합으로 연간 영업이익의 15배에 이르는 8500억원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고, 해외수주 목표 달성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한국건설경영협회(회장 허명수)가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공사비 2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지난 2009년 61조원의 27% 수준인 17조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국내 건설시장은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하반기 민간주택을 중심으로 반짝 회복세를 보였지만, 관련 법률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위축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건설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공공건설시장도 얼어붙으면서 경영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한건협은 지적했다.
수익성 없는 공사에 천문학적 과징금
설상가상으로 건설공사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물량난 속에서도 유찰사태가 이어졌다.
올해 발주된 턴키ㆍ대안 등 기술형입찰 31건 가운데 64.5%인 20건, 금액으로는 3조9916억원 가운데 58.5%인 2조3344억원 규모의 공사입찰이 유찰된 것이다.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저가낙찰 구조와 담합 처벌로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기피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한건협은 분석했다.
장기 침체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천문학적인 입찰담합 과징금 처분도 건설업계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올해 공공공사 입찰담합으로 100대 건설사 가운데 59개사에 8500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이 같은 과징금은 이들 59개사의 작년 영업이익 총액 561억원의 15배에 이른다. 특히, 이들 건설사는 작년 4조9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게다가 향후 2년간 영업정지 처분까지 앞두고 있어 해당 기업은 물론 하도급사, 자재ㆍ장비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생존권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한건협은 주장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이뤄지면 상위 30개사의 90%인 26개사가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해 향후 국책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해외수주 목표 달성 ‘불가능’
국내건설시장 침체를 보완했던 해외건설시장도 둔화되고 있다.
12월 중순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59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올해 해외수주목표로 삼았던 700억달러는 물론 지난해 실적 649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사실상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한건협은 평가했다.
이 같은 해외수주 부진은 중동지역 정세불안과 국제유가 하락, 후발주자들의 추격, 유로화 및 엔화 약세에 따른 유럽과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 회복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입찰담합 처분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에서의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건협은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달 입찰이 진행된 브루나이 교량사업에서 발주처는 4대강 입찰담합 건으로 한국 건설사들을 탈락시키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내년 1월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최종 낙찰자 결정을 앞둔 12조원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시설 건설사업도 문제다. 대법원이 입찰담합 제재처분을 확정하면 쿠웨이트 정부가 한국 건설사들을 사업에서 배제할 우려가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업계는 국내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처분이 해외언론에 게재된 후 경쟁국들의 견제와 비방이 확산되면서 해외발주기관들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건협 관계자는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649억달러는 반도체(504억달러), 자동차(472억달러), 조선(398억달러). 석유제품(561억달러) 등을 넘어서고 있으며, 10억원 매출 발생시 15.1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최고 수준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가 관용과 결단을 통해 200만 건설인들이 다시 한번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것이 벼랑 끝에 내몰린 건설업계의 읍소”라고 덧붙였다.
김정석기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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