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평가 지침 개정안 문제점은
국토부가 15일 행정예고한 건설공사 시공 및 종합평가 지침 개정안은 종합심사낙찰제의 핵심 평가지표인 ‘시공평가’와 우수건설업자 선정에 활용되는 ‘종합평가’에 대한 세부 기준을 담고 있다. 다만 종합평가의 경우 우수건설업자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다보니 업계의 관심 밖이다.
시공평가 개정 지침 가운데 지난 10월말 공청회를 통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목된 항목은 ‘설계도서 사전 검토 미흡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 비율’과 ‘민원발생 건수’ 등이다.
공사비 증액비율은 설계도서의 작성책임이 발주처에 있는데도 이를 시공사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많았고 민원발생 건수 역시 시공사의 귀책사유가 모호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 두 건의 배점은 100점 만점에 각각 2점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아무리 꼼꼼하게 설계서를 검토해도 돌발상황이 무궁무진한 곳이 건설현장”이라며 “민원 역시 발주처의 사전 정지작업 미비로 발생하는 경우가 태반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 두 건의 경우 발주처들은 평가항목에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건설업계는 빼달라며 맞서고 있다”면서 “공사비 증액 비율의 경우 뺄 수는 없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배점 등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발주청에 시공평가표 조정권한을 부여한 것도 논란꺼리다. 개정 지침은 발주청이 시공평가표 및 시공평가기준이 해당 건설공사의 특성상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또는 기술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공평가표의 배점을 2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주청의 주관적 판단을 줄이기 위해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평가지표로 지침을 개정하면서 한편으로 평가표 조정권을 발주청에 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주청에 제한적으로 시공평가표에 대한 조정권을 준 것”이라며 “공사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제도를 운용하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공사의 특성과 난이도를 반영한 가점은 초안보다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당초 3점에서 공청회 때 2점으로, 다시 최종 개정안에서는 1.5점으로 줄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특성과 난이도에 따라 무작정 가점을 높이는 것도 문제지만 변별력을 높이겠다면서 1.5점으로 낮춘 것도 개정 취지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발주청의 시공평가 제출률은 100% 수준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준공 공사 기준으로 지자체의 시공평가 제출률은 22%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2016년부터 본격 적용되는 종합심사낙찰제에 시공평가가 활용되는데다, 제출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스템 정비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연간 700∼800건 수준인 시공평가 대상공사 가운데 토지주택공사(LH),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시설공단 등 대형 공기업이 8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을 통해 발주청에 평가대상 공사를 통보했고 평가대상 공사가 적은 발주청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이 평가를 대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내년 2월에는 시공평가 전용 관리시스템도 구축된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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