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익성 걱정 여전…부동산 PF '시한폭탄' 잠재
신평사 '보수적 관점' 유지···자금조달 등 유동성 우려
올해 줄줄이 떨어진 건설업 신용등급이 내년에도 쉽사리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우려를 떨치지 못한 해외건설 분야와 시한폭탄 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내년에도 건설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단 한곳의 건설사도 신용등급을 올리지 않았다. 한기평은 올해에만 대림산업㈜, ㈜대우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 두산건설㈜, 한신공영㈜, 코오롱글로벌㈜, 일성건설㈜, 동부건설㈜ 등 9개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렸다. GS건설㈜과 ㈜태영건설, 계룡건설산업㈜ 등 3개사는 등급전망을 하향조정했다.
해외건설과 주택부문 손실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떨어졌고, 재무 건전성이 나빠져 유동성 위험이 커진 건설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한화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은 해외건설 공사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견됐고, 두산건설과 동부건설 등 중견건설사들은 재무구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다른 신평사인 한국신용평가도 비슷한 이유로 올해 대림산업과 한화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부영주택, 케이씨씨건설, 한신공영, 동부건설, 삼부토건 등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다만 한신평은 현대엠코와 합병한 현대엔지니어링은 A+/안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우수한 영업실적을 올린 호반건설은 BBB+/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신용등급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 신평사들은 내년에도 건설사들에 대한 신용평가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한신평은 “건설업의 몇 가지 긍정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요인이 충분히 해소되거나 단기간내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방침이다.
한기평 측도 “국내 공공건설 시장 위축 현상이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가 하락으로 중동 산유국의발주량 감소가 우려돼 해외건설 수주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건설사들의 전반적인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나이스(NICE) 신용평가 역시 공공발주 감소와 해외건설 분야의 높은 원가율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 건설업 단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개선되지 않으면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겨 유동성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만기 회사채 규모와 발행액 사이의 차이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12년 건설업 회사채 발행액과 만기도래액 비율은 1.5배에 달했지만 올해는 0.5배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올해 회사채 만기액이 100억원으로 가정하면 발행은 50억원에 그친 셈이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내년에 만기로 돌아오는 건설업 회사채 3조원 가운데 적지 않은 규모는 현금으로 상환해야할 공산이 크다.
박춘성 한신평 기업ㆍ그룹평가본부 실장은 “내년에도 건설사들에 대한 파이낸싱(자금조달)은 보수적으로 될 것으로 보이며 다양화할 창구도 많지 않아 보인다”면서 “일부 건설사들은 경기 침체기를 보내면서 자산의 상당 부분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에 내년에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시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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