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건설업계에 희소식이 전해질까.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위기 극복 방안의 하나로 수감 중인 기업인들의 가석방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야당과 협상 가능성을 밝히는 등 당정 모두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실적 부진과 담합 제재로 우울한 세밑을 보내고 있는 건설업계로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소식이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여론이 좋지는 않지만 꽉 막힌 입찰담합의 족쇄를 서서히 풀어갈 해법을 본격 논의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00년과 2006년 두 차례 입찰참가 제한에 대한 행정처분 효력정지 등과 같은 조치가 있었다”며 “지금은 그 때보다 건설산업의 여건이 더 나쁘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사회기반시설(SOC) 신규 투자가 줄면서 수주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공정위로부터 입찰담합 혐의로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까지 공정위로부터 담합 판정을 받아 과징금을 부과받은 국내 건설사만 69곳, 총과징금 규모는 9979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징금 폭탄에 이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모든 사업에 최장 2년간 입찰 참가가 금지된다. 수주로 먹고사는 건설사에 입찰 원천봉쇄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100대 건설사 가운데 51개사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해외시장도 지뢰밭이다. 국제 유가 하락 탓에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잇달아 취소되거나 늦춰지면서 상당수 대형건설사들이 지난해 수주목표의 절반도 못 채웠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제시했다. 어려운 대내외 경제상황을 반영해 기존 전망치인 4.0%보다는 낮췄지만 3%대 중반을 제시한 다른 기관들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다. 경기 부양효과가 큰 SOC 예산을 24조8000억원으로 늘리고 상반기에 예산의 60% 이상을 쏟아부어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연간 200조원에 육박하는 건설투자와 11만개가 넘는 건설회사, 200만명의 건설인을 빼놓고선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신현윤 연세대 부총장은 “건설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무조건적인 제재보다는 내수경기 회복 차원에서 속도 조절과 함께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중, 삼중 입찰담합 제재의 족쇄를 풀어달라고 요청한다. 4대강사업과 인천도시철도, 호남 고속철도, 경인운하 등으로 이어졌던 공정위의 칼날은 또 다른 사건을 캐고 있다. 이런 융단폭격식 조사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영국, 네덜란드에서 시도했던 일괄 사면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정위가 담합사건을 한꺼번에 묶어서 일괄 처리하고 과징금도 경감해주는 방식이다.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과징금에 입찰참가 제한, 형사 처벌, 발주기관의 손해배상청구 등 중첩된 제재도 이번 기회에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쟁당국들은 대부분 입찰참가 제한 대신 과징금과 같은 금전적 제재 중심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은 경쟁제한방지법(GWB)에서 부당이득 환수명령제를 통해 손해배상금, 벌금 등을 지급한 경우 그 금액을 환급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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