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현장 근로자 처우 열악해질 것/전문건설사끼리 재하도급 여지도 있어
200억원 이상 공공공사의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데 대해 노동계가 처우 불안정이 심화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건설사 간 재하도급 문제와 공사 책임주체 불명확성에 따른 분쟁이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6일 국회에 따르면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 대해 필요 시 분리발주를 하고, 추정가격 200억원 이상 건설공사는 의무적으로 분리발주를 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상 모든 공공공사의 분리발주를 허용하는 방안이다.
김 의원은 건설공사의 하도급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원도급자에 의한 부당한 단가후려치기, 대금 지연지급, 부당한 특약 등 불공정행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법안 취지에서 설명한 하도급 불공정행위의 최대 피해자인 노동계는 오히려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종합건설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업체가 많은 전문건설사가 직접도급을 할 경우 임금체불과 현장 안전 문제의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지는 등 건설근로자 처우가 더 열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부실업체 조기경보 시스템’을 가동해 분류한 자본금기준미달 의심 건설업체 총 1만2305개 중 전문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1만207개(82%)에 달한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중소영세업체가 많은 전문건설사의 특성상 산업안전관리가 제대로 안 돼 산재사고가 나도 투명성 있게 처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전했다.
분리발주를 시행해도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방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설산업연맹 관계자는 “직접 공사를 수주한 전문건설업체는 재하도급의 유혹에 빠질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분리 발주 같은 밥그릇 싸움으로는 하도급시스템의 부작용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업역 폐지를 통한 직접시공과 적정임금제 실행으로 건설노동자들의 임금문제를 최우선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건설업체의 수가 일반건설업체보다 3~4배 가량 많아 제살깎기식의 경쟁이 발생하면서 전문건설업체에 고용되는 건설근로자의 근무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역구분을 폐지해 건실한 건설업체가 ‘직접시공’하는 체제로 가야한다는 게 건설산업연맹 측의 설명이다.
건설산업연맹은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와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규모 건설관련 노조단체이며, 지난해 4월 산업재해와 임금 및 장비임대료 체불의 원인으로 건설업 업역 구분을 지목하고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분리발주 시행이 공사의 책임주체 불명확 등 사회적 분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는 원도급자가 공사에 대해 일괄책임 졌지만, 분리발주를 시행하면 각 건설사의 협업이 어렵고 문제 발생 시 서로 책임을 떠넘길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위원은 “전문건설업체가 직접도급을 받아 공사를 하다가 부도가 나거나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해결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윤석기자 ys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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