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A씨는 2014년 고양시내에 노인요양시설이 세월질 땅을 다지는 기초공사를 수행했다. 그러나 땅 주인이 공사대금을 주지 않았다. A씨는 공사현장에서 일단 ‘철수’ 했다. 그 후 다시 현장을 찾아 공사비를 요구하며 출입구를 가로 막고, 굴삭기 운행을 중단시켰다. 유치권 행사라고 A씨는 생각했다. 그러나 땅 주인은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A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다.
공사비를 받으려 건설현장에 진입해 공사 진행에 차질을 준 A씨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건설업자가 현장에서 ‘철수’한 순간 목적물(현장) 점유 사실이 사라져, A씨의 추후 행동을 유치권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이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애초부터 흙다지기 같은 ‘기초공사’에는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아 철수할 수밖에 없다며, 공사대금채권의 현실적 실현방안이 마련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의정부지법 형사1부는 A씨의 항소에 대해 “공사현장에서 철수해 그 점유를 상실한 이상 피고인의 유치권은 소멸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인은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권리를 구제받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1심에 불복해 “유치권이 소멸했다 하더라도, 미지급 공사대금을 받기 위한 위한 ‘정당행위’였다”고 항소한 바 있다.
법원은 ‘목적물을 점유해야 유치권이 성립하고 존속한다’며 일관되게 A씨의 유치권 상실과 업무방해를 인정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판결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공사대금채권회수 방법인 유치권이 처음부터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한 종합건설업체 관계자는 “건물 신축을 위한 기초공사를 하다가 공사비를 못 받으면 유치권이 인정 안 돼 현장을 점유할 수 없다”면서 “이제는 현장에 함부로 찾아가지도 말라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현재 대법원은 건축공사 시 그 기초공사에 대해서는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건축물을 완공했다면 이를 점유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건물을 짓기 전 ‘터파기’나 ‘흙다지기(A씨 사례)’ 같은 기초공사는 본 구조물 공사와 큰 관련성이 없어 돈을 못받아도 유치권행사가 안 된다는 것.
이도형 법무법인 가헌 수석전문위원은 “터파기, 흙 다지기를 했더라도 본 구조물이 형성 안 된 상태면 유치권 행사 안 된다”라며 “결국, 내역서상 단가를 근거로 민사청구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A씨가 법적으로 잘못했을 진 몰라도, 기초공사 공사대금 미지급 발생 시 복잡한 소송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는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A씨가 공사대금을 못 받은 정황을 참작해 벌금형 선고는 유예했다.
윤석기자 ys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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