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건설산업의 최대 난제로 꼽히는 생산체계 개편에 칼을 뽑아든 것은 그동안 건설산업의 덩치는 커졌지만 생산체계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크고 작은 문제들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칸막이식 업역 규제로 종합건설업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보다는 입찰과 영업능력을 키우는 데 매몰돼 있고, 전문건설업은 저가 하도급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도급시장 진출에 목을 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한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 갈등과 충돌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업역은 물론 업종의 경우에도 일부 업종은 지나치게 세분화된 탓에 복합공사 진출이 어렵고, 일부는 업종의 범위가 너무 넓어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등록기준도 계획·관리·조정의 역할을 하는 종합건설업과 직접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없어 시공역량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종합건설업 내 토목공사업의 등록기준이 기술자 6명·자본금 7억원 이상·사무실 보유, 전문건설업 내 토공사업의 등록기준이 기술자 2명·자본금 2억원 이상·사무실 보유로 규정돼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건설산업 생산체계의 진단과 선진국의 사례 분석 등을 통해 생산체계 혁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생산체계 개편은 칸막이식 업역 규제에 따른 업체 간 소모적 갈등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 생산체계를 혁신해 업체 간 경쟁을 촉진하는 등 생산체계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생산체계 개편을 통해 건설공사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시공품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출범하는 ‘건설산업 혁신위원회’에서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계적이고, 합리적인 생산체계 개편안 마련을 거듭 강조했다.
기존 업역과 업종에 대한 단계적 조정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업역 규제 폐지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단계로 예외규정 신설과 시범사업 운영, 2단계로 시범사업 보완과 건산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건설산업 통합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등록기준의 경우 일자리와 중소기업의 입장을 효율적으로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일례로 중소기업은 기술자 보유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기술자 보유 조건을 완화해 주는 게 합리적이지만 기술자 보유 조건을 낮추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등록기준만 놓고 보더라도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은 정책목표와 기업의 이해관계 측면에서 부딪히는 게 한둘이 아니다”며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하는 개편안을 마련하기가 그리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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