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처럼 민간공사에도 공사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민간 건설시장에 ‘공사비 떼먹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민간건설공사에서 공사대금을 떼인 경험이 있는 건설사가 전체의 30%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종합건설업체 160곳을 대상으로 최근 5년(2013∼2017)간 민간건설공사를 수행하면서 공사대금을 일부라도 받지 못한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9.8%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 건설사 가운데 A사는 무려 14건의 공사에서 대금을 받지 못했고, B사의 미수금은 총 9억원에 달했다. 민간공사에서 대금을 떼인 공사 건수는 평균 2.1건, 금액으로는 2억7000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시장을 민간부문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 총 수주액 160조4000억원 중 민간이 113조1380억원으로, 공공(47조2578억원)을 크게 앞섰다.
엄근용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민간 건설공사에서 발주자와 원수급인 간 대금지급과 관련한 법적 보호장치 미비는 단순히 원수급인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수급인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민간 건설공사도 공공공사처럼 대금지급보증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은 ‘발주자-원하도급자-하도급자’로 이어지는 민간공사 대금지급 사슬 가운데 ‘발주자-원도급자’만 대금지급보증이 선택사항이다. 공공공사가 원도급사의 공사대금과 하도급 대금을 의무적으로 지급보증하도록 규정한 것과 대비된다.
이러다 보니 연간 100조원이 넘는 민간공사에서 최근 5년간 민간발주자의 대금지급보증 실적이 총 36억2000만원(17건)에 불과하다.
건산연은 수급인이 계약이행보증 요청 시 반드시 제출하는 방식으로 의무화하고, 발주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증수수료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건설사들의 62.9%도 민간 발주자의 대금 미지급 해소책으로 ‘지급보증 법적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행 규정에선 공사비를 떼인 건설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많지 않다.
지급보증이나 담보 없이 공사대금을 떼인 건설사 가운데 절반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조정신청이나 협상 후 결론이 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곧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거나 발주처의 감액을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공사대금 관련 민사소송이 해마다 8000건 이상 제기되고 있다. 법원 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연도별 공사대금 관련 민사소송은 2015∼2017년까지 최근 3년간 2만6076건에 달한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에서는 강력한 중재제도를 통해 원수급자의 공사대금채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현아 의원이 7일 대표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민간공사에도 공사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하고, 지급보증이 어려운 경우엔 수급인이 그에 상응한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료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은 “현행 공사대금지급보증은 발주자-원도급자 간 공사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인데, 제도상 허점으로 한계가 있었다”면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민간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채 소송도 힘들었던 중소업체들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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