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의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혔던 ‘업역 칸막이’가 42년 만에 허물어지게 됐다.
‘업역 칸막이’를 들어내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불과 한 달 만에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다.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이 서로의 영역을 감히 넘볼 수 없게 했던 ‘업역 칸막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건설시장은 그야말로 ‘폭풍전야’를 예고하고 있다.
9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종합·전문건설업 간 업역규제를 전면 폐지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공정경쟁 저하, 페이퍼컴퍼니 증가, 기업성장 저해 등 크고 작은 부작용을 불러왔던 ‘업역 칸막이’는 앞서 건설 선진화전략, 건설 선진화방안 등의 이름으로 수차례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번번이 실패했다.
국토부는 앞선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노사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종합건설업계와 전문건설업계, 여기에 노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 ‘건설산업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노사정 선언이라는 새로운 합의의 틀을 통해 이해관계자 간 간극을 좁혀가자 ‘업역 칸막이’는 급속도로 허물어졌다.
지난달 말에는 공공발주자가 하도급대금과 임금, 기계대여대금 등을 직불하도록 하는 건산법 개정안도 의결돼 공공공사 체불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정경훈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오랜 기간 노사정이 치열하게 논의해 도출해낸 건설산업 혁신 노력을 국회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입법화의 결실을 맺게 됐다”면서 “건설산업이 혁신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 만큼 혁신의 성과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0년 넘게 버텨온 ‘업역 칸막이’가 없어지면서 건설시장에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소규모 복합공사와 대형 단일공사 시장부터 ‘업역 칸막이’ 제거가 피부에 와닿을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건설업체는 규모가 큰 단일공사에 직접시공 형태로 진출을 노리게 되고, 전문건설업체는 필요한 전문업종을 모두 등록하거나 다른 전문건설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종합공사의 원도급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종합과 전문 간 상호시장 진출 허용에 따른 발주자의 선택 폭 확대로 건설시장은 시공역량을 갖춘 우량업체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재편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종합이나 전문 모두 자칫 자신이 ‘업역 칸막이’ 제거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역 칸막이’가 없어지면 서로의 시장에 자유롭게 드나들게 되면서 업역 간 고질적인 갈등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건설업체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업역 칸막이’ 폐지가 연착륙하기 위해선 전면 시행 전에 보다 세밀하고 섬세한 제도적인 검토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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