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에 또 하나의 ‘규제 폭탄’이 떨어졌다. 그동안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건설사에 대해서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이 면제됐는데 공정위가 이를 폐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10년간 면제대상 우량 건설사의 부도가 한 건도 없었다며, 실익 없이 업계 부담만 가중시키는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신용등급이 높은 원사업자에 대해서도 하도급업체에게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정수준 이상의 신용등급(회사채 A0, 기업어음 A2+)을 보유한 건설회사에는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을 면제해줬는데 해당 조항이 삭제된 것이다.
공정위는 신용등급이 높은 건설사도 단기간에 경영상태가 악화될 수 있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법위반이나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정위는 하도급법 시행령 개정 원인으로 국토교통부를 꼽았다.
국토부가 건설산업기본법령 상의 ‘회사채 등급이 높은 사업자에 대한 지급보증 면제조항’을 이미 폐지해 법령 간의 정합성도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개정 하도급법은 지급보증 면제사유를 직불 합의를 계약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이뤄진 경우로 제한했다.
종합건설업계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동시에 공정위의 법 개정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공정위가 단기간에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경우에 대비하고자 법을 개정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개발의 회사채 등급이 지난 2011년 A-에서 CCC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됐다며 공정위가 내세운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고 단편적이라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부실화 가능성은 없다”며 “10년간 면제대상에서 부도가 발생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원사업자의 발목을 잡으려는 수단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실익 없이 보증수수료 부담만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면제 대상을 확대해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체불 방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증의무 면제대상 기업은 우수한 기업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주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제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법 개정으로 건설사들의 보증수수료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현재 29개 건설사가 신용등급 우수업체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혜택을 받고 있다. 이 중 15개사는 건설업 겸업 비중이 10% 미만이며, 이를 제외한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14곳이다.
이들 업체의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추가 수수료는 약 150억원으로 추산된다. 공공공사에서는 발주자가 보증수수료를 부담하는데 이는 약 45억원이다. 100억원이 넘는 민간공사는 원칙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민간발주자 몫이지만, 발주자가 인정해주지 않으면 종합건설사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반면, 전문건설업계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하도급대금 보호와 불공정행위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며, 공포일로부터 3개월 후에 시행된다. 공정위는 시행일 이후 체결하는 원도급계약과 관련된 하도급계약부터 개정 시행령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재현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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