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한해 성적표인 ‘시공능력평가제도’가 9년만에 대폭 개편된다. 공사실적 대비 자본금만 대폭 늘려 좋은 성적을 받은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평가액 비중은 줄인다. 윤석열 정부의 안전관리 강화 기조에 발맞춰 신인도평가 항목에서의 감점요소는 대폭 확대된다.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해 유죄로 판결이 나면 공사실적평가액의 10%를 감점 받게 돼 향후 순위에도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하고 오는 11일부터 내달 21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시공능력평가제도가 대폭 개편된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개정안은 경영평가액 비중을 낮추고 신인도평가액을 대폭 개편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시공능력평가액에서 40.4%(2022년 기준)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영평가액 비중이 38.8%로 낮아진다.
현재 경영평가액의 상ㆍ하한 범위를 현재 공사실적평가액의 ±3배에서 ±2.5배 수준으로 낮춘 결과다. 현재 기준으로는 경영평가액이 공사실적평가액보다 과도한 건설사의 시공능력평가액이 줄어들게 돼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이다.
신인도평가는 대폭 개편된다. 공사실적평가액에 ±30%를 곱해 계산하던 신인도평가액은 ±50%로 확대된다. 건설현장의 안전사고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또한 △하자 △시공평가 △안전 △환경 △불법행위 근절노력 등 신규 평가항목도 도입됐다. 구체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해 CEO 등이 유죄로 선고받으면 공사실적평가액의 10% 감점을 받게 된다.
부실시공 근절을 위해 도입된 부실벌점에 대한 감점은 세분화된다. 지금은 2점 이상 10점 미만일 때 공사실적액의 1%를 감점하지만, 앞으로는 1점 이상∼2점 미만 1%, 2점 이상∼5점 미만 3%, 5점 이상∼10점 미만 5%를 각각 깎는 등 구간을 세분화했다.
벌떼입찰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점은 현행 -5%에서 -7%로 확대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하자보수 시정명령을 받으면 그 횟수만큼 4%씩 감점을 받는다.
가점 항목도 확대되거나 새롭게 도입된다. 건설신기술로 지정되면 현재 2% 가점을 주던 것을 4%로 확대한다. 해외 건설 고용인원이 500명 이상일 경우 현재 2%에서 5%로 가점이 늘어난다.
국토부는 이번 신인도평가 개편으로 현재 -4%~+25%이던 변별력이 -20%에서 +29%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이번 시공능력평가 개편으로 내년부터 건설사들의 순위가 변동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부가 올해 시공능력평가액을 기준으로 내년 개편안을 적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2조4000억원으로 30위권에 포함된 A건설사가 내년 중대재해 유죄 판정을 받아 10% 감점을 받으면 순위가 3계단(2조2000억원) 하락한다.
같은 조건으로 올해 시공능력평가액 3300억원인 30~100위권에 위치한 B건설사는 내년 시공능력평가액에는 변화가 없지만 순위는 4계단 떨어진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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