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건설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건설자재 인플레이션’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다만, 장기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원자재가격이 다시 들썩일 우려가 적지 않은 데다,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 경제 전환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는 탓에 자잿값의 급격한 하향조정은 여의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건설공사비 지수 증가율이 최근 2~3%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공사비 지수 증가율은 올 1월(6.3%)과 2월(6.0%)에 6%대를 기록한 이후 3월 들어 5.2%로 둔화되고선 4월에는 3.8%로 축소됐다. 이어 5월(2.8%), 6월(2.6%), 7월(2.4%)까지 2%선으로 떨어졌고, 8월(3.0%)과 9월(3.5%) 들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아직까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공사비 지수가 지난 2021년 11.3%, 2022년 10.8% 상승한 반면 올 들어서는 3% 정도 증가했다”며, “급등한 건설공사비 지수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외적으로 건설자재 가격의 상승폭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글로벌 부동산 CBRE그룹, 맨해튼건설그룹, 미국주택건설협회 등은 향후 건설비용 지수 완화를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자재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재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며 크고 작은 변수가 산적해 있어서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원자재가격은 언제든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내부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 경제 전환 등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 시멘트업계만 하더라도 탄소중립에 따라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피하다. 질소산화물 방지지설(SCR) 투자비만 무려 1조원,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SCR 등에 대한 설비투자가 시멘트 가격의 추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박 건정연 연구위원은 “최근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면서 원자재가격 불안정 등이 재차 우려되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 경제로 전환 과정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증가도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가격의 하방경직성에 따라 급격한 하락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경남 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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