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계좌, 공동수급체 협의 어려워 실효성 부족
#중소규모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공사를 시행 중인 A사는 최근 발주자에 공동도급사에 지급될 기성대금의 직접 수령을 요청했다.
B, C사와 공동도급방식으로 수주해 시공해왔으나 C사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공사 원가분담금을 수개월째 체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주자는 그러나 현행 규정상 공사대금을 일괄 지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공동수급체간 합의를 통해 공동계좌를 만들면 해당 계좌 입금이 가능하지만, C사는 물론 B사도 이를 거부하고 있어 미수금 해결은 물론, 공사 수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정기간 공사 원가분담금을 체납할 경우 대표사가 추후 기성금을 수령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공사 원가분담금 체납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연쇄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가 내용증명과 자산 가압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분담금 회수에 나섰지만, 소모적인 분쟁만 증가할 뿐 미수금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개정된 공동도급운용요령에 따라 분담금 체납시 기성대금을 공동계좌에 보관하는 방식이 도입됐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동 제도의 시행 이전 공동도급을 받은 공사에는 적용이 안되고, 체납 업체 및 여타 공동수급체와의 협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사가 당장의 기성대금을 받을 수 없는 공동계좌 개설에 합의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또다른 공동도급사 역시 공동계좌는 미수가 해결될 때까지 자금이 묶일 수 있어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공동계좌 방식이 아니라, 일정기간 분담금 체납시 해당 공동도급사의 기성금만 대표사가 수령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미수금으로 인해 대표사마저 자금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소모적인 분쟁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성금을 유용하는 폐단을 예방하는 동시에 건실한 다른 공동도급사에게도 자금이 묶이는 등 악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발주자들은 대체로 기성대금 지급은 회계예규 등 관련 규정에 따른 것으로, 특정업체의 기성대금을 대표사에 일괄 지급하긴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 역시 기성대금청구권 양도 문제는, 발주자가 공동수급협정서 내용, 관련 법령(납세완납증명서관련 국세징수법, 부가가치세관련 부가가치세법 등), 동 회계예규와 다르게 대금을 청구한 사유 등 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분담금 미수금 해소대책을 요구하는 업계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동도급사의 분담금 체납이 장기화되면 대표사는 공사수행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자금난에 봉착할 수 있다”며 “이는 흑자도산이나 하도급업체의 연쇄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만큼, 제도적인 미수금 해소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과거 일부 업체가 기성대금을 유용해 공동도급사의 피해를 유발한 것도 사실이지만, 경기침체로 분담금 미수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대표사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원가분담금이란,
공동도급 방식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업체가 수익을 제외한 실제 공사에 투입된 비용을 지분율 등에 따라 분담해야 하는 비용을 말한다.
통상 대표사가 선부담하고 각 공동도급사가 기성대금을 받으면 이를 회수하는데, 이 과정에서 체납으로 인한 미수금이 늘면서 각종 분쟁이 일고 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봉승권기자 sk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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