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법적근거 없다” 지적에도 턴키 14건 제한 집행…대형사 “법령 정비될 때까지 중단해야”
조달청을 비롯한 각 발주기관들이 턴키(설계ㆍ시공일괄입찰) 및 대안입찰 공사와 관련, 10대 건설사의 공동도급 제한 규정이 법적근거가 없다는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한 발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형사들은 “근거가 만들어지기 전 제한 발주는 사실상 위법적인 것으로, 법령이 정비될 때까지 제한 발주는 중단해야 한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일 감사보고서 발표 이후 약 한달여 사이 총 14건, 1조6941억원의 턴키공사가 10대사 공동도급 제한방식으로 발주된 것으로 집계됐다.
발주기관별로는 조달청이 지도~임자간 도로건설공사(1700억원), 행복도시 대통령 기념관 건립공사(647억), 행정지원센터 건립공사(562억), 수원 하수2처리시설 개량사업(459억), 전주 하수처리 총인처리시설 설치공사(286억) 등 5건을 제한 발주했다. 이어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화도~양평 1~3공구, 성서~지천 1공구 등 4건(총 7902억원)을 공동도급 제한으로 내놓았고, 환경공단이 상수도관망 최적 관리시스템 구축사업(319억원), 익산시 하수슬러지 자원화 시설 설치사업(170억원) 등 2건을 제한 발주했다. 인천항만공사의 인천항 국제여객부두 2단계 건설공사(2399억원), 국방부의 주한미군 시설이전사업(YRP) 통신센터 건립공사(2211억원), 수원시의 수원야구장 증설 및 리모델링공사(286억원) 등도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제한 발주에 대한 법적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감사보고서는 기획재정부에 조치사항으로 ‘기획재정부장관은 대형업체 간 공동수급체 구성을 제한하는 제도의 시행에 따른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동수급체 구성을 제한하고자 하는 대형업체의 범위와 제한 기준 등을 법령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바꿔말하면 그동안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채 제한 발주가 시행돼왔다는 뜻이다.
법적근거의 부재는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에서 더욱 확실해진다. 재정부는 2007년부터 제한 발주와 관련한 조달청 및 업계의 질의에 대해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제한할 수 없다”는 견해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결국 조달청을 비롯한 발주기관은 자의적 해석에 따라 ‘위법하게’ 제한을 가한 셈이 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감사보고서의 ‘혼선을 최소화하라는 뜻은’ 법적근거 없이 시행해서는 안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면서, “제도 도입 취지나 회사의 유불리를 떠나 법치국가에서 근거에도 없는 규정을 만들어 제한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근거에도 없는 제한 발주가 계속된다면, 이는 관리감독기관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그동안 유권해석과 달리 시행된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기획재정부도 그렇지만, 공정해야 할 입찰시장에 혼선이 야기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발주기관을 상대로 직접적인 조치 결정을 내리지 않는 감사원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8년 조달청을 시작으로 각 발주기관은 10대사 공동도급 제한을 해 오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 관계자는 “상위법에 근거가 없다고 해서 제한행위가 위법적인지 여부는 법리적으로 좀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면서,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발주기관에 대한 조치 결정은 감사원의 권한밖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형사의 주장에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감사보고서 이후 조달청의 공식적인 입장 전달을 받지 못했다. 발주기관에 대한 조치 여부는 내부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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