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발전자회사는 운영 참여 늘어…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판도 변화 움직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내달초 확정ㆍ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민간 발전사업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특히 건설산업과 관계된 사업자들이 대거 포진함에 따라 향후 국내외 발전시장의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22일 전력당국 및 발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력발전사업자 평가점수 산출 결과, 총 설비용량 1580만㎾ 내에서 12개 사업자가 제6차 계획 반영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의신청 및 재심의 과정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설비용량과 사업자수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12개 사업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민간 사업자가 대거 포함돼 있는 게 특징이다. 민간 사업자는 무려 8개사이며, 설비용량 비율로 따지면 74.4%를 차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건설산업에 기반을 둔 사업자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화력의 경우 삼성물산, SK건설, 동부건설, 동양그룹 등이 포진하고 있다. 가스복합에서도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SK E&S, GS EPS 등도 그룹 차원에서 건설사를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반영 예정설비로 분류된 민간 사업자는 모두 범건설업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사들의 발전사업 진출은 제4차 계획 때부터 가시화했지만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성장동력 차원에서 발전사업 진출을 꾀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플랜트 건설 물량 확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운영에 따른 수익도 염두에 둔 전략”이라고 말했다.
다른 플랜트 실적사 관계자는 “한전 발전자회사들의 사업축소로 공공 플랜트 건설물량이 줄어들 게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자체 발전사업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회사 내부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한수원을 제외한 5개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이번 제6차 계획에 총 11개 프로젝트, 1144만㎾의 발전소 건설의향을 나타냈지만, 현재로선 4개 프로젝트, 404만㎾ 정도만 반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민간사업에 운영 및 보수(O&M)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물산이 강릉에 추진하는 G프로젝트에 남동발전이 주주참여를 하는 식이다. 상대적으로 발전소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사업자가 발전자회사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해외 민자발전(IPP) 시장 진출과 비슷한 구도인 셈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자원조달 능력 등 사업의 추진력에서 앞서는 민간기업이 너도나도 발전사업에 뛰어드는 통에 공공발전사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발전소 운영은 발전자회사들에게 또 하나의 사업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사들이 장기적으로 발전소 운영에 대한 노하우까지 확보한 이후에는 또 한 차례의 변화가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발, EPC(설계ㆍ구매ㆍ시공)에 이어 운영 노하우까지 확보하면 독자적 사업추진이 가능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고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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