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본격 출범, 불확실성 여전
“설 이후 건설시장은 박근혜 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투자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뭐 하나 확실한 게 없네요.”
설 이후에도 국내 건설시장은 ‘깜깜이 전망’이 지속될 태세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건설·부동산시장 전망은 장밋빛보다는 불확실성에 기반한 비관론이 우세하다.
◇대내외 불확실성 커…비관론 우세
무엇보다 최대 변수로 꼽히는 새 정부의 건설정책이 당선 50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민철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작년말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정권 교체기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마무리 단계에 있지만 ‘건설을 통한 경기 부양은 없다’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건설시장엔 부정적이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복지재원 확보가 시급한 당선인이 건설을 배려할 여지는 없다”며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지지 않는 한 건설부양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도 변수다. 기획재정부는 7일 내놓은 ‘2월 경제동향(일명 그린북)’에서 대외 변수로 미국의 재정지출 자동삭감 협상과 유로존 경제회복 지연 등을 꼽았다. 대내적으로는 소비 부진과 환율 변동, 투자 부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우려했다. 이럴 경우 상반기는 낮지만 하반기에 회복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올해 경제전망 시나리오가 어긋날 수 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매번 빗나가는 상저하고 전망이 올해도 틀릴 경우 민간시장, 특히 설비투자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투자 당분간 부진…공공>민간
건설투자도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주택시장 회복 지연과 건설 수주 부진 등으로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흐름이 유독 나빠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건설투자는 전년대비 1.5% 감소했다. 2011년(-5.0%)과 2010년(-3.7%)보다는 낙폭이 줄었지만 3년째 마이너스 행진이다. 지난해 연간 건설수주(-6.5%)와 건설기성(-7.2%)이 6% 넘게 급락한 것도 악재다.
건설수주 전망치도 당초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과 기저 효과 탓에 공공시장은 발주가 늘겠지만 경기에 민감한 민간시장은 부진이 점쳐진다. 이홍일 연구위원은 “작년말 전망치보다 공공은 조금 낫고 민간은 더 안좋아질 것 같다”며 “민간의 경우 주택시장 회복이 더딘데다, 경기에 민감한 설비투자가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3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에서 국내 건설수주가 전년보다 0.8% 감소한 110조3000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야별로는 공공 -3.7%, 민간 -2.9%를 각각 예측했다.
올해 공공시설 발주 규모는 지난해의 30조원을 약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조달청 관계자는 “아직 발주계획이 미확정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동서발전을 빼면 현재까지 올해 시설공사 공공발주 규모는 29조원 수준”이라며 “공공분야 최대 발주기관인 LH를 포함하면 30조원이 넘을 것 같다”고 했다.
◇원가 혁신, 유동성 확보, 신사업 발굴로 대응
어려울수록 탄탄한 자금확보가 중요하지만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은 넉넉치 못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이 4조9820억원이다. 신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A-’ 이하 등급 건설사가 절반 정도(46%)다. 갚은 돈이 많다보니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이자보상배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부채 비율은 200% 안팎이지만 중소형 건설사들은 부채 비율이 500%를 넘는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장은 “설 이후 건설업계의 생존경쟁은 수익성 확보전이 될 것”이라며 “가격경쟁이 공공토목에서 민간 분양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봤다.
지창구 GS건설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장기불황에 대한 원가혁신, 현금유동성 확보 등 내실경영과 함께 새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핵심역량 기반의 신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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