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법적근거 없는 '설계조정률' 폐지 촉구
한국전력 및 발전자회사의 건설근로자 노무량 삭감 관행이 다시 한번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될 전망이다. 건설업계가 이번에는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 시정요청을 건의해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는 지경부 장관 앞으로 ‘한전(발전자회사 포함)은 정부가 정해놓은 표준품셈의 노무량을 삭감하지 않고 공사비를 산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한전(발전자회사 포함)의 건설근로자 노무량 삭감 시정은 적정공사비 확보라는 측면에서 건설업계의 오래된 숙원이다. 특히 노무량 삭감은 사회적 취약계층인 일용근로자의 임금과 직결돼 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전의 건설근로자 노무량 삭감은 법적근거에도 없는 자의적인 ‘설계조정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전이 적용하고 있는 설계조정률은 시중노임단가의 약 0.7~0.8 수준이다. 이로 인해 품셈의 노무량이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사비(노무비) 삭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건협에 따르면 철근현장가공 공종의 경우 한전은 표준품셈에서 정하고 있는 1t당 1.24인 철근공을 표준품셈 대비 74.69%에 불과한 0.9261로 적용하고 있다. 형틀목공의 경우 78.86%, 콘크리트공은 77.28%, 타일공은 72.59% 등 대부분의 노무량을 표준품셈 대비 10~25% 낮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근로자의 노무량 삭감은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면에서도 위배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전은 전기공사에 대해 건설과 달리 2006년부터 설계조정률을 폐지하고 100%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고 있다. 전기공사의 경우 설계조정률 폐지 당시 표준품셈을 삭감해 개편했다고는 하나, 건설의 표준품셈 역시 그간의 현실화를 통해 많이 삭감된 게 사실이다.
건협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예산절감 등을 위해 표준품셈의 현실화를 적극 추진, 현재의 표준품셈은 2005년 대비 85%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노무량까지 삭감해 공사비를 산정하는 것은 건설업체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근로자 노무량 삭감 시정은 한전 내부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전의 건설공사 실무자는 “삭감된 공사비를 쥐어주면서 최고 품질을 요구하는 입장이라 시공업체에 미안하고 공사관리가 힘들 때가 많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공사 건수를 줄여서라도 적정공사비를 맞춰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토로했다.
건설업계는 지난해 국무총리실을 통해 한전에 시정건의를 했지만 한전은 예산절감 및 적자누적의 이유 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적정공사비가 반영되지 못하면 건설근로자들의 임금이 깎일 수밖에 없으며, 또 공사업자가 자재비 절감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보전하므로 시공품질은 필연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전기요금도 수 차례 오른 만큼 빠른 시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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