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 이어 도로공사도 합숙 대열 합류…불법 로비 원천 차단 및 심의 효율성 제고 등 이점


　턴키(설계시공일괄입찰)ㆍ기술제안 등 기술형입찰의 설계심의 시 심의위원들이 합숙해 평가하는 방식이 일부 발주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추정금액 1330억원 규모의 주한미군기지이전시설사업(YRP) 기지차량 정비시설 및 다운타운지역 지원시설 건설공사에 대한 기술심의를 합숙으로 진행했다.

　기본설계 기술제안입찰방식으로 발주된 해당 공사에 대해 지난 2일 심의위원을 선정, 3박4일 일정으로 합숙에 들어가 이날 평가를 끝냈다.

　국방부의 YRP 사업 건설공사에 대한 합숙 심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주한미군사령부 건설공사(1486억원)를 2박3일 합숙을 통해 평가했으며, 지난달에는 △다운타운지역 복지시설(1562억원) △통신센터 건립공사(2215억원) △장성급 숙소 등 2건(1562억원) 등을 3박4일 일정으로 평가했다.

　국방부에 이어 도로공사도 합숙 평가 대열에 합류한다. 도공은 최근 입찰을 실시한 화도~양평 등 총공사비 7902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턴키 4건에 대한 설계심의를 오는 16~21일(5박6일)로 잡고 있다. 심의 물량이 많아 다소 길게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기술형 입찰에 대한 설계심의는 심의일 20일 이전에 심사위원을 선정ㆍ공개한 뒤 개별적인 설계도서 검토를 거쳐 심의일 당일에 만나 종합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심의일 즈음에 1박2일 합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종합평가를 위한 절차일 뿐이다.

　반면 합숙 심의는 합숙 기간 동안 심의위원들이 모여 현장답사 및 평가에 대한 모든 절차를 진행한다. 심의위원도 합숙 당일 선정하는 등 보안도 철저하게 신경쓰고 있다. 다만 합숙기간은 4일 이상으로 중앙설계심의 위원장과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기술형 입찰에 대한 합숙 심의가 부쩍 늘어난 배경은 지난 2월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로비 근절을 위해 2009년부터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했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일부 발주처에서 합숙 평가를 위한 법령근거 마련을 요구해 지난 2월 20일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합숙 평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발주처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발주기관 관계자와 함께 설계도서 검토를 할 수 있어 기술평가의 효율성 측면에서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심의위원에 대한 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입찰 업체 및 감찰기관 등에서도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업계 입장에서도 일단 환영하는 모양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무래도 집중적으로 기술심의가 진행되다 보니 보다 면밀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기술형 입찰을 집행하는 곳이 많지 않아 국방부, 도로공사 외 심의일정을 협의하는 발주기관이 없지만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회훈기자 ho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