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개발형 사업 강화 필요…금융 조달 능력 키워야
해외건설 일본과 직접 경쟁은 제한적…일본 진출 강화하면 대응책 없어
투자개발형 사업 강화 필요…금융 조달 능력 키워야
일본의 엔저 공습이 본격화되면서 해외건설시장에서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주력 공종이 다른 탓에 아직 국내 건설업체와 본격적인 수주 경쟁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치요다 등 시공회사들이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로 수주하는 석유화학 플랜트보다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공종 등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터키 시노프 원전과 카타르 정유시설 공사 수주 경쟁 등에서 일본에서 지기는 했지만, 일본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려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를 오히려 더 찾기 쉬운 상황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일본 상사나 시공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이런 탓에 최근의 엔저 현상으로 대형건설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피해는 그리 크지 않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프로젝트에서 일본과 직접 경쟁한 적은 없다”면서 “오히려 해외 프로젝트에 일본 기자재 업체와 공동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최근 엔저 문제로 수주에 영향을 받는 일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건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본이 엔저로 생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업체의 주력 공종까지 진출 범위를 넓힌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유로화 약세로 유럽 건설사들이 중동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린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과 수주 경쟁을 펼쳐 본 대림산업 관계자는 “일본 업체와 프로젝트마다 경쟁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일본이 엔저를 무기로 전략적으로 수주에 나선다면 수주 전선에 영향은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은 건설사와 공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합세한 ‘재팬패키지’(Japan Package) 전략으로 터키 원전을 수주하는 등 해외건설시장에 대한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건설업계가 해외건설 수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도급형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한 기술력을 확보한 선진국 업체와의 가격경쟁력 문제는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해외 프로젝트에서 일본을 만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선진국 건설업체와 해외에서 직접 경쟁하지 않으려면 투자개발형 사업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건협 관계자는 “해외건설 사업이 투자개발형 중심으로 재편되면 외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 문제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해외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융 조달 능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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