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토익 점수보다 가능성 있는 인재 발굴"
직무능력 평가 강화, 일부 업체 학력제한 폐지 검토
대형건설사들의 인재 채용 방식이 점차 스펙 위주에서 잠재력을 가진 숨은 인재 발굴로 바뀌고 있다. 채용과정에서 학력이나 어학점수 등 스펙을 평가하는 방식 대신 가능성과 실무 능력을 강조하는 건설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올해 상반기 공채에서 인적성 검사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서류 전형에서도 학력과 토익 점수보다는 본인직무를 어필할 수 있는 에세이 형태의 열린 질문을 통해 건설에 특화된 인재 선발에 치중했다.
대림산업은 최근 시공인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해외 플랜트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채용을 전제로 인턴을 선발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우수한 해외 플랜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면서 “실제 채용을 염두에 두고 인턴을 선발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인문학 전공자 채용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토목학과 등 이공계 채용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건설업계 채용 문화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소양을 접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에서도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직무로 특별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롯데건설도 학력제한을 폐지하기로 한 그룹의 인재채용 방식을 곧 접목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대졸 공채’라는 명칭을 ‘A-그레이드(grade) 신입사원 공채’로 바꾸며 대졸학력 제한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고졸 학력자도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할 수 있고, 입사 후에는 대졸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그룹에서 대졸자 채용 전형을 폐지한 만큼 롯데건설도 고졸 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전형에서 스펙 반영 비율을 줄이고, 면접을 블라이드 방식으로 진행하는 일은 건설업계에서도 많이 대중화된 상태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 등 상당수 대형건설사들은 면접 전형에서 학력 등을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미 몇년 전부터 신입사원 채용에서 블라인드 면접을 적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스펙 등 정형화된 채용보다는 개별 회사에 맞는 맞춤형 인재 선발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환경 자체가 대규모 인력이 필요했던 성장기를 지난 상황에서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한ㆍ미ㆍ일ㆍ독 기업의 채용시스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정기공채는 성실한 인력을 대규모로 확보하는 일이 중요했던 고도성장기에 적합한 채용방법”이라며 “초일류기업과의 경쟁이 중요해진 오늘날에는 직무능력중심으로 채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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