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다시 논란
업계 “행정 낭비ㆍ공사지연ㆍ부도 등 문제 초래”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방안’을 둘러싼 논쟁이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재연될 전망이다.
소방시설공사를 분리발주하는 내용의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이명수ㆍ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상태며, 조만간 국토교통위ㆍ안전행정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하자발생 시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실상 심사를 중단, 폐기된 바 있다.
그러나 19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공공공사 분리발주 방안을 ‘손톱 밑 가시’로 지목한 상황이어서 심사 결과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건설업계 반발 확산
26일 국회에 따르면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소방시설공사도 관련 업종인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와 같이 분리발주를 하도록 하고, 위반시에는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공사가 일괄발주될 때에도 소방시설공사의 금액과 다른 업종의 공사 금액을 구분해 표시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소규모 소방시설업체의 수주기회 상실 및 저가하도급에 따른 부실공사 우려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법률 개정안 발의 이후 건설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건설업자와 소방시설공사업자를 별도로 선정할 때 발생하는 행정손실(별도의 설계ㆍ입찰공고ㆍ계약서 작성 등)은 물론 관리 미흡 등으로 부실공사 리스크가 증대할 수 있다는 이유다.
건설사 관계자는 “저가하도급이나 부실시공 문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화전ㆍ스프링클러와 같은 소화설비와 제연설비 등 소방시설이 복도ㆍ계단 및 출입구 등 피난시설을 포함한 건축구조물과 밀접한 연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화재가 났을 때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커진다”면서 “배관ㆍ전기ㆍ통신시설 등을 모두 고려해 소방방재시설의 시공 적합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하도급 대금 문제가 핵심이라고 본다. 그런데 대부분 원도급 금액의 80~100% 수준으로 하도급이 되고 있기 때문에 분리발주는 행정낭비나 공사 지연 등의 문제만 초래할 수 있다”면서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데다 상당수 소방시설업체가 소규모로 운영되다보니 부도 발생 위험도 상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 문제점은
개정안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난 2009년인 18대 국회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안행위(구 행정안전위)와 국토위(구 국토해양위)는 각각 법안심사소위ㆍ전체회의에 계류시켰고, 법률 개정안은 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개정안에 대한 행안위 검토 의견에는 저가수주 및 소방시설공사의 부실시공 방지가 기대되지만, 부실 및 사고발생 시 책임소재 규명이 곤란해 상호 책임전가로 하자보수가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또 저가하도급 및 부실시공 문제는 감독관리 및 제도개선의 문제로 평가, 분리발주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국토위 검토 의견도 소방기본법 등 4개의 소방관련 법률이 제정돼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저가하도급 및 부실시공의 문제는 극히 일부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분리발주 의무화로 공공의 안전에 기여하는 수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2003년 4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소방법 개정안’에도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방안이 포함됐지만 하자책임 규명 문제 등으로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16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08년에는 소방방재청에서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제 도입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과정에서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로 삭제된 바 있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4월 말 공공공사의 분리발주가 전문건설업의 페이퍼 컴퍼니 양산만 조장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 반대 의견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의견서에는 분리발주에 앞서 △초저가 하도급 개선 △다단계 불법하도급 △임금체불 △퇴직금 및 4대보험 관리부실 등의 문제를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국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공공공사 분리발주를 제시한 상황에 발맞춰 소방시설공사의 분리발주 방안이 재논의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18대 국회에서 개정안 심사에서 사실상 ‘폐기’한 바 있어 심의결과를 180도 선회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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