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물량부족에 수주잔고 급감 우려
업계,하반기 사업계획 수립 난항 예상
‘수익성이냐 물량이냐’
건설업계가 하반기 공공공사 수주전략 및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수익성 중심의 선별적 수주전략이 시장에 둥지를 트는 듯 했으나, 극심한 물량난에 수주잔고가 급감하면서 저가, 출혈경쟁 우려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건설사는 빠르면 이번주부터 올 상반기 실적 및 성과분석에 착수한다.
이를 토대로 대부분 이달말이나 내달초 하반기 수주영업 계획 및 전략을 마련할 전망이다.
문제는 올 상반기 성과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만한 건설사가 극히 드물다는 것. 하반기 전략 수립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10대사라 하더라도 많아야 2~3곳을 제외하고는 상반기 목표의 60~70%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기술형입찰시장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진 대형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견, 중소건설사의 수주난은 더 심각하다.
선전을 거듭한 건설사도 더러 있지만, 대다수의 중견, 중소업체들은 물량기근과 적자시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장기적 생존기반이라 할 수 있는 수주잔고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A사 관계자는 “해외 수주잔고는 작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수주잔고는 1년만에 5~10% 정도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견 B사 관계자 역시 “민간부문 및 SOC 등 대형공사 급감 등의 여파로 회사 수주잔고가 한계치에 접근했다”며 “하반기 수주목표 달성에 실패할 경우, 현장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기업규모를 막론하고, 한해 수주목표를 하향조정하는 초강수를 두지 않는 한 목표달성에 실패하는 것은 물론, 구조조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적자시공으로 인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별적 수주를 포기하고 물량확보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업계획 및 수주전략 마련에 난항이 예상된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단 전반적인 수익성 중심의 선별적 접근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물량확보를 위한 업체간 수주경쟁은 매우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실적이 저조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저가수주나 출혈경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고 관측했다.
여기에 최근 정부차원에서 과도한 공사비 삭감 관행 철폐나 공기연장 등에 따른 간접비 보전, 실적공사비 또는 최저가 제도 개선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주잔고 부담이 큰 건설사들은 물량확보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주택시장이 기대만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고 해외수주 역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져 하반기에도 업계가 기댈 곳은 공공시장 뿐이다”며 “이런 가운데 대형공사 발주물량은 줄고 수주난이 지속되고 있으니, 업체마다 물량확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업계 전반에 걸쳐 수익성 중심의 수주전략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침체된 시장여건과 환경이 이를 실현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결국 상반기보다는 훨씬 더 치열한 경쟁, 더 나아가 저가 또는 출혈경쟁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봉승권기자 skbo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