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낙찰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심화될 듯…업계 “물량난 가중 속에서 다시 한번 고려를…”
한국도로공사가 오는 8월 발주할 예정인 밀양~울산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에 ‘1사1공구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중복 낙찰자가 나올 경우 공공물량 수주확보 측면에서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총 10개 공구로 나누어진 이번 밀양~울산 간에 1사1공구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사1공구제는 다수 공구의 입찰을 동시에 집행할 때 한 공구의 낙찰자로 결정될 경우 나머지 공구의 낙찰자격을 배제하는 것으로, 물량의 고른 분배를 위해 철도시설공단과 같은 발주기관에서는 1사1공구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도공은 그동안 최저가 입찰에서 1사1공구제를 적용한 사례는 없다. 도공 관계자는 “1사1공구제 운영 시 담합의혹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이번에도 적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제도 운영의 권한은 발주기관의 선택이지만, 건설업계는 이번 도공의 결정에 다소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4대강 이후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감소된 상황에서 수주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사1공구제를 적용한다고 해서 수주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수주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 물량난에 따른 업계의 고충을 이해한다면 이번에는 예외로 적용해주길 내심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밀양~울산 간에서도 2009년 상주~영덕 간처럼 중복 낙찰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시 상주~영덕 간 19개 공구의 입찰에서 롯데건설, 삼환기업, 한양, 울트라건설, 동양건설산업 등 5개사가 2개 이상의 공구를 가져갔다. 이 중 롯데건설은 5개 공구를 휩쓸어 최고의 수혜를 누렸다. 중복 낙찰자를 포함해 11개사만이 낙찰자로 결정된 셈이다.
특히 총공사비 2조원에 달하는 이번 밀양~울산 간 10개 공구 가운데 당초 대안입찰방식에서 최저가로 돌아선 5ㆍ6공구의 공사비가 4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 이들 공구를 포함해 중복 낙찰을 받을 경우 수주고는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1사1공구를 적용하든 안하든 경쟁률과 낙찰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발주기관 입장에서 예산절감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라면서, “아직 입찰공고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업계의 처지를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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